소비자 앞에 고개 숙인 롯데마트
소비자 앞에 고개 숙인 롯데마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4.1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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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기로 유명한 롯데마트가 끝내 자세를 낮추었다.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 사상자가 속출한 지 실로 5년 만에 소비자와 국민 앞에 최대한 고개를 숙인 것이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체브랜드(PB)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거듭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피해보상 전담조직의 설치, 100억원 규모의 보상재원 마련, 인과관계가 있는 피해자들과의 보상협의 추진도 약속했다. 롯데마트는 ‘와이즐렉‘이란 자체브랜드의 가습기 살균제를 외주로 생산해 2006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판매해 왔다.

하지만 이날 피해자와 가족들의 반응은 싸늘했다고 한다. 검찰 소환을 앞둔 시점에 하는 갑작스러운 사과는 피해자와 국민이 아닌 검찰에 대한 사과라며 진정성에 의문을 드러낸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 관계자는 ‘면피성 사과’일 뿐이라며 롯데마트 측이 피해자들에게 공개 사과 자리를 하루라도 빨리, 다시 한 번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고 설득력 또한 강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 중에서 공개 사과한 업체로는 처음이고 유일하다는 점에서, 롯데마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우리 울산에는 어느 정도 되는지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어 섣불리 말하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그럼에도 롯데마트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고향이 울산이고, 이를 연고로 설립된 ‘롯데삼동복지재단’이 해마다 지역사회에 많은 도움을 주는데다, 프로야구 롯데구단이 울산 문수야구장을 제2의 구장으로 활용해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롯데’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애정이 그만큼 깊다는 이야기도 된다.

롯데마트에 거는 기대가 그래서 크다. 비록 김종인 대표의 공식 사과가 검찰 소환을 앞둔 시점에 계산적으로 이루어진 ‘면피성 제스처’라 할지라도 소비자와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매겨주고 싶다. 또 그러한 ‘진일보’는 소위 ‘왕자의 난’ 이후에 나타난 고무적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어 기대를 더욱 키우기도 한다. 롯데마트가 ‘장삿속’에서 벗어나 ‘환골탈태’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줄 때 롯데그룹의 이미지와 위상도 동반상승 효과로 이어질 것임을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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