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경찰의 상징 ‘포돌이 양심방’
청렴경찰의 상징 ‘포돌이 양심방’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4.1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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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 말 삼국시대 오(吳)나라에 역경에 밝고 지모(智謀)가 뛰어난 ‘우번’이라는 학자 겸 정치가가 있었다. 우번은 오(吳)나라 손권을 섬긴 관리로서 청렴결백하기로 이름이 났고, 항상 관리들의 독직(瀆職)을 경계하고 있었다. 삼국지 오지(吳誌) 우번 전에는 ‘호박불취부개(琥珀不取腐芥)’라는 글이 나온다. 호박처럼 아름다운 보석은 먼지를 받아들이는 성질은 있어도 썩은 먼지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로서, 청백한 사람은 부정한 금품을 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무렵 봉급이 적은 관리나 정치가가 돈을 벌려면 부정행위를 저지르거나 부업을 하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한가한 봉건시대의 관료라 해도 본업을 등한시하고 아르바이트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뇌물을 받는 것이 재산 축적의 가장 쉬운 길이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청렴결백하고 부정한 금품을 받지 않으려면 대단한 극기심(克己心)이 필요했을 것이다.

지난 1월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모 경찰관이 불우이웃을 돕는 데 사용해 달라고 민원인이 두고 간 돈봉투를 발견하고는 ‘포돌이 양심방’을 통해 반납한 일이 있었다. 돈봉투에는 100만원짜리 수표 1장과 현금 161만1천원이 들어있었고, 이 미담사례는 신문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경찰 포돌이 양심방 제도’란 2000년 4월부터 경찰관이 업무와 관련해 금품의 유혹을 받거나 직·간접적으로 어쩔 수 없이 금품을 받게 된 경우,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을 찾아가 상담하고 자진신고를 함으로써, 선의의 경찰관을 보호하고 청렴한 경찰상을 정립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지난 한 해 울산경찰에는 ‘경찰 포돌이 양심방 제도’를 통해 음료, 현금 등 총 185건의 금품(1천400만원 상당)이 접수되었다. 이 금품은 당사자에게 돌려주었거나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지역 복지단체 등 소외계층에게 기부되었다. 그보다 1년 전인 2014년에도 ‘포돌이 양심방’으로 들어온 신고 건수가 156건(568만원 상당)이었던 것을 보면 신고 건수가 해마다 느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직원 모두가 ‘청렴문화 확산의 전도사’를 자임하면서 시민들에게 신뢰와 공감을 주는, 더욱 깨끗하고 청렴한 경찰관이 되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특히, 울산남부경찰서 청문감사실과 청렴동아리(참-clean) 회원들은 지난해 5월부터 내·외부인 출입이 잦은 경찰서 현관 로비에 ‘경찰 포돌이 양심방 물품보관함’을 설치해 놓고 있다. 이는 반복적인 노출효과를 통해 내부청렴도를 높이면서 청렴문화가 안정적으로 뿌리 내리는 데 기여하도록 하기 위한 배려이다. 이와 함께, 민원인이 돌려받기를 거부한 신고 물품들이 투명하게 기부될 수 있도록 수혜 당사자에게 문자나 전화로 알려줌으로써 경찰 내부의 청렴도를 대외적으로 향상시키는 효과도 가져오고 있다.

한편 지난 2월 11일, 울산남부경찰서 외사계와 청문감사실은 남구종합사회복지관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미 신고된 ‘경찰 포돌이 양심방 물품’을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저소득가정,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수혜 대상자들에게 계속 지원함으로써 내·외부적으로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매우 뜻있는 행사였다.

우리 경찰은 ‘음료수 정도는 받아도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생각부터 버리기로 했다. 또한 내부 청렴도가 향상되었다고 스스로 자만하지 않고, 민원인을 통해 외부청렴도를 높이는 노력을 다 같이 기울이기로 했다. 그래야만 진정한 청렴문화가 자리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현석 울산남부경찰서 정보보안과 외사계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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