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도 스웨덴처럼
우리 정치도 스웨덴처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4.1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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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희생자를 내고도 숱한 미담을 남긴 해난사고가 있다. 이 사고로 1천514명이나 죽었지만 승무원들은 최선을 다했고, 남자들은 자기를 희생했다. 어린이가 51%, 여성이 74% 생존한 반면 남성의 80%가 죽었다는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세월호 사고보다 102년 전인 1912년 4월 10일에 2천223명을 태우고 영국에서 뉴욕으로 나선 대형 여객선은 출발 닷새 만에 빙산과 충돌하여 침몰하고 말았다. 그 배는 건조 후 첫 항해를 떠난 ‘타이타닉호’였다. 승객들 다수는 미국으로 가는 이민자들이었으며, 이 중에서 스웨덴 출신이 무척 많았다.

그 무렵 스웨덴에서 미국으로의 이민이 쇄도했었다. 전체 국민의 20%에 해당하는 120만 명이나 이민을 떠났는데, 당시 스웨덴은 가난하기 이를 데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스웨덴은 평균 수명이 42세였고, 제대로 된 일자리도 많지 않았으며, 노사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런 나라가 1930년에 노사 대타협을 하고 재출발을 시작했으나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다시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때 난세의 영웅이 나타났으니, 바로 ‘타게 엘란데르’(1901-1985)였다. 그는 스웨덴의 실질적 권력자인 총리를 맡았고 1946년부터 1969년까지 무려 23년간 재임했다.

그는 사회민주당 소속의 최장수 총리로 국가 정책의 기틀을 잡아나갔다. ‘기본연금, 아동 일반수당, 아동 건강 환급제도’라는 주요 세 가지 개혁을 수행했으며 저소득층의 세율을 낮추고, 상속세와 고소득층 세율을 높이는 등의 개혁을 진행했다. 연금생활자들에게도 주택수당이 확대되었으며, 소득 연동형 의료보험이 도입되었다. 1968년의 총선은 사회민주당이 거둔 최대의 승리였지만 그는 오랜 동지이자 친구인 ‘올로프 팔메’에게 총리 자리를 넘겨주었다. 퇴임할 때 기거할 집이 없어서 국민들이 별장을 지어주었다니 청렴지수를 짐작할 만하다.

스웨덴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오른쪽에 있는 국가이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는 이민을 내보내는 나라였다가 2차 세계대전 후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로 바뀌었다. 전체 인구의 15% 내외가 외국 태생이거나 그 후손들이다. 전체 인구가 1천만 명 안쪽이지만 특징지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은 나라다.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상, 부자의 품격 발렌베리 가문과 Volvo자동차, 전설의 팝그룹 ABBA, 말괄량이 삐삐, 가구브랜드 IKEA 등이 있다. 5만 달러가 넘는 국민소득, 국가경쟁력 세계 5위,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최상의 복지국가, 지니계수(소득불평등도)가 무척 낮은 나라, 아름다운 숲과 거대한 호수 등 부럽기 그지없는 나라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스웨덴 정치를 만나다’라는 KBS 공감다큐 방송을 본 후 스웨덴을 좀 더 알아본 내용들이다. 스웨덴도 우리처럼 고난의 역사를 딛고 올라선 나라다. 이런 나라도 끊임없이 국내외의 도전을 받기 때문에 지속 성장이 가능한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국가를 둘러싼 환경의 거친 변화에 응전해나가는 것은 정책의 문제이고, 정치와 행정은 이를 해결해나가야 할 의무가 주어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스웨덴의 정치는 국민들에게 만족과 행복을 넘어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그래서 두 차례의 방송 부제는 ‘행복을 만드는 마술사’와 ‘정치가 꽃보다 아름답다’였다.

방송은 스웨덴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은 봉사 개념의 명예직이어서 우리 국회의원들처럼 특권이 없다. 그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말하기보다 봉사한다고 말한다. 보수도 일반 직장인보다 더 낮으며, 비서관은 전혀 없고, 다만 의원 4명당 한 명씩 사무보조원이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사무실도 아주 협소하다. 그래도 그들은 연간 법안 상정과 처리 수가 매우 많다. 지방의원들은 수당 7만원에 휴대폰만 주어진다. 그래도 그들은 중앙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스웨덴 국민들은 그래서 정치인들에게 불만이 없으며, 오히려 행복하고 행운으로 여긴다.

좋은 정치의 결과는 당연히 스웨덴 국민들을 만족시켰다. 이 나라는 세계적으로 높은 교육열을 자랑한다. 대학교육이 무상으로 제공되지만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좋은 일자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대학을 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GDP 대비 R&D 지출이 4.3%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술 수준을 자랑한다. 스웨덴의 의료는 공공적 성격이 강해 의료비를 본인과 나라가 같이 부담하고 있다. 스웨덴의 비정규직은 전체 일자리의 15% 정도인데 보수는 정규직의 80%를 받는다. 최저 임금도 평균 임금의 62% 수준으로 임금차별이 낮은 편이다.

스웨덴 국회는 국민의 어려운 점을 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이런 나라가 되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복지국가가 되었다. 말하자면 세계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그들은 지금 공공시스템의 민영화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보육, 노인요양서비스 등이 점점 민영화 또는 시장화하면서 많은 힘이 민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 대부분인 개방경제체제에서 어떻게 성장하는가도 중요한 고민거리다. 그런 문제 해결을 위해 스웨덴 국회의원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자기를 희생하고 봉사하면서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를 지향할 것이다. 어찌 이 아니 부럽지 않을쏜가.

<이정호 울산북구문화원 부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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