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까마귀 펠릿 1천g 분석 보고서
떼까마귀 펠릿 1천g 분석 보고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4.1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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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까마귀가 주로 어디서 먹이활동을 하는지 생태환경을 조사해보면 대부분 논임을 알 수 있다. 추수가 끝난 논바닥에 떨어진 낙곡과 이삭이 떼까마귀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먹이사슬에서 이들 낙곡과 이삭은 떼까마귀를 비롯한 겨울철새의 먹이가 된다. 조류가 먹은 낙곡은 대부분 배설이 되지만 미처 다 먹지 못한 낙곡과 볏짚에 달린 이삭은 비나 눈의 영향으로 썩어서 이듬해 벼농사의 거름으로 활용되어 지력을 높인다.

간혹 떼까마귀 사체의 사낭(砂囊=조류의 모래주머니) 속 내용물을 조사해보면 소화되고 남은 벼 껍질, 먹이를 잘게 부수기 위한 돌, 미처 소화되지 못한 벼 등이 내용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떼까마귀의 주식이 볍씨임이 재차 확인되는 것이다.

떼까마귀를 한자로 ‘한아(寒鴉)’라고 쓴다. 추운 겨울철에 찾아온다고 하여 ‘한(寒)’자를, 작은 체구에 예쁘고 우아하다는 의미로 ‘아(雅)’자를 썼다. 이는 긍정적인 관점이다. 이와는 달리 ‘흉측하다’, ‘징그럽다’, ‘공포스럽다’와 같은 표현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의 대표적인 사례다. 한번 박힌 고정관념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할머니는 까마귀 우는 소리를 들으면 반드시 큰소리로 ‘퉤 퉤 퉤’하고 침을 세 번 뱉으라고 했다. 왜냐고 물으면 대답은 단호했다. ‘따지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라’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엄마 혹은 아버지가 죽는다고 했다. 어릴 적에는 부모가 죽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기에 시키는 대로 그렇게 했다. 그런데 까마귀가 울어 침을 세 번이나 뱉어도 나이 든 할머니는 끝내 돌아가셨다.

까마귀의 울음소리와 할머니의 죽음과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커서야 알았다.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단지 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까마귀를 미워하고 고개를 돌린 것이다. 사실 떼까마귀는 자동차를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다. 5m 정도까지 다가가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100m 밖에 있어도 눈치를 슬금슬금 보다가 일제히 날아가 버린다. 사람이 떼까마귀의 천적이라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떼까마귀 무리는 개체나 가족이 아니라 ‘떼’다. 늘 함께 모여 잠을 자고, 함께 모여 먹이를 먹고, 함께 모여 이동을 하고, 함께 모여 떼창을 하며, 떼를 지어 포식자를 물리친다. 떼를 짓는 것은 살기 위한 전략일 뿐이다.

떼까마귀에게 3월은 살아가기가 더욱 힘들다. 논에 하얀 비닐로 감아서 군데군데 놓아둔 것 때문이다. 논 가운데 혹은 가장자리에 군데군데 놓아둔 것은 이삭이 달려있는 볏짚을 거두었다가 소 먹이용으로 갈무리해둔 ‘볏짚 곤포사일리지’다. 볏짚에 달려있는 이삭은 낙곡보다 3배나 많다. 떼까마귀 입장에서는 볏짚 자체가 곡식창고나 다름없다. 그런데 몽땅 거두어 가 버린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청보리 재배 면적마저 늘어나 먹이의 양이 ⅓로 줄어들었다. 먹이가 부족하면 동족끼리도 살기 위해 ‘먹이 경쟁’을 해야만 한다.

경쟁에서 밀린 유조(幼鳥)나 노조(老鳥)는 생존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문제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떼까마귀들이 어떤 먹이를 먹는지 취식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떼까마귀 펠릿(pellet) 1천g을 시료로 채취해서 내용물을 분석했다. ‘펠릿’은 일반적으로 수리부엉이 등 육식조(肉食鳥)의 배설물에 섞인 뼈·깃·털 등 소화되지 않은 작은 덩어리를 말한다. 곡식조(穀食鳥)인 떼까마귀도 펠릿을 게워낸다. 펠릿은 대부분 떨어져 흩어진 상태로 발견되지만 여러 개의 닳은 돌, 비닐 및 고무종류, 씨앗, 달팽이껍질 등은 육안으로도 식별해낼 수 있다.

떼까마귀의 펠릿을 삼호대숲에서 5회에 걸쳐 채취했다. 시료로 채취한 것은 벼 껍질 덩어리에 엉킨 온전한 펠릿이었다. 선행 작업은 다음과 같이 실행했다. 첫째, 1천g의 펠릿을 담은 용기에 물을 부어 풀어질 때까지 일정시간 그대로 둔다. 둘째, 적당한 도구로 휘저어 섞은 뒤 물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서 부어 거름망으로 걸러낸다. 셋째, 내용물을 말린 후 따로 분리하여 무게를 잰다.

조류의 창자는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마치 벌레가 몸을 움츠렸다가 쭉 펴는 식으로 꿈틀거리며 기어가는 모양이다. 이를 비유한 표현이 ‘연동(?動)’이며 ‘꿈틀 운동’이라고도 한다. 연동은 주로 배설에 도움이 되지만 소화시키지 못한 이물질을 식도로 게워내는 운동에도 활용된다. 말린 시료의 무게를 잰 결과 내용물은 소화되지 않은 벼 및 씨앗 12g( 1.2%), 벼 껍질 649g(64.9%), 돌 320g(32%), 소화되지 않은 물질 19g( 1.9%)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러한 자료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해냈다. 첫째, 내용물은 벼 껍질, 돌, 소화시키지 못한 벼, 비닐, 고무종류 등 3가지이다. 둘째, 펠릿의 주된 역할은 사낭 속의 닳은 돌을 배출시키는 것이다. 셋째, 펠릿은 벼 껍질과 소화시키지 못한 물질 그리고 점액질이 뒤섞여 이루어진다. 넷째, 소화되지 않은 물질은 멀칭비닐. 플라스틱종류, 고무종류, 나일론종류 등으로 이것이 먹이 부족 현상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과제로 남게 됐다. 이상과 같은 결과를 통해 떼까마귀의 주식이 볍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번 펠릿 분석을 통해 내용물을 확인함으로써 떼까마귀의 먹이가 부족한 시기, 먹이주기 행사를 하는 시기에 대해 더욱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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