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에서 배우는 느림의 미학
‘빨리’에서 배우는 느림의 미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4.1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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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소년 가운데 절반은 살아있는 것보다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해봤으며, 10명 중 3명은 심한 우울감을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전국 14∼19세 남녀 중고등학생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대상자의 51.6%가 ‘살아있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29.1%가 최근 한 달간 심한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말을 했다.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20.7%), 성적에 대한 부담(20.5%), 외모(17.3%), 부모님과의 갈등(15.5%) 순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의 대부분은 소통의 부재와 관련이 깊다. 국가, 사회, 학교, 가정에서 청소년들의 아픈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소통의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또한 ‘빨리 빨리’와 ‘1등 지상주의’만을 추구하는 이 사회의 병폐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것이 너무 빨라졌다. 그러다보니 트레킹을 하더라도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보지 못하고 빨리 올라가고 하산하는 속도전의 경쟁시대를 보는 것 같다. 바쁘게 살아야만 이룰 수 있는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초강국이며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도 세계 1위이다. 그만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손안에 스마트폰 하나씩은 거의 달고 산다. 거리에서, 버스 안은 물론 공공장소에서도 많은 이들이 작은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장면을 쉽게 보게 된다. 온통 IT 세상인 것만 같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전국에 흩어져 얼굴 보기 힘든 친구들도 작은 손안의 스마트폰 밴드를 통해 재회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휴대폰이 카메라, 내비게이션, 인터넷 등의 다기능을 지니도록 진화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요즘 세상은 정말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만 같다. 사람들은 정말 빠르게 왕래하고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지식들과 정보들이 매 시각 흘러넘쳐나고 있다. 심심해 할 겨를이 없을 만큼 바삐 도망치듯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대화와 소통 부재로 사람들은 우울하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에다 우울증 환자 수 세계 1위인 곳이 우리나라다. 문명의 이기에 사로잡힌 우리 인간의 초라한 자화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닌가 보다. 외국에는 ‘스마트폰을 건드리면 지는 게임’이 유행이라고 한다. 식당 같은 곳에 가서 친구들을 비롯해 자신의 스마트폰을 먼저 테이블 가운데에 모아둔다. 그 후에는 전화가 오건 문자가 오건 간에 먼저 스마트폰을 건드리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어땠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 시절에는 ‘휴대폰 중독자’라는 말을 상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예상했을 지도 모른다. 그가 남긴 말 중에 “과학기술이 인간 사이의 소통을 뛰어넘을 그 날이 두렵다. 세상은 천치들의 세대가 될 것이다”라는 명언이 있다. 현 시점에 와서 놀라울 만큼 딱 들어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물론 스마트폰은 휴대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손바닥크기만한 기계 안에 컴퓨터만큼이나 다양한 기능을 넣어놨으니, 현대인의 필수품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무엇이든 도를 넘어서면 문제가 되는 법이다.

이젠 좀 천천히 돌아가자. 우리 시대가 너무 빠르다. 빠르다 보면 넘어지기도 쉽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월을 아끼고 천천히 돌아가는 여유가 필요한 시대다. 문명의 발전이 우리에게 안겨준 선물이기도 한 스마트폰이지만 너무 집착하지는 말자. 언젠가 하루라도 작심하곤 휴대폰을 내던져 버리자. 이것이 선인들의 지혜인 ‘느림의 미학’이라 생각한다.

<신영조 시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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