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거랑의 賞春
궁거랑의 賞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3.3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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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봄이 왔다.

매화와 목련이 이미 만개했고 곳곳에서 개나리, 진달래꽃이 보이더니 주초부터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국민동요, ‘고향의 봄’ 가사에 나오는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가 펼쳐진 것이다.

울산의 벚꽃명소라면 전통적으로 울주군 삼남면 작천정 입구 또는 중구 학성공원이 꼽혔다. 그러나 수년전부터는 궁거랑이 울산 최고의 벚꽃명소로 떠올랐다.

궁거랑은 남구 무거동과 삼호동을 지나 태화강에 합류하는 무거천을 말한다. 활 모양으로 굽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작천정 벚꽃길이 1Km 정도인데 비해 궁거랑은 2.5Km 구간에 벚꽃길이 조성된다. 또 작천정 벚나무들의 수령이 100년 정도인데 비해 궁거랑 벚나무들의 수령은 20년 내외로 젊은 편이다. 그래서 궁거랑 벚꽃은 해마다 그 풍성함이 더해지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점들로는 궁거랑 벚꽃의 매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궁거랑 양쪽 둑길에 늘어선 벚나무들의 궁거랑쪽 가지들은 신기하게도 아래쪽으로 쳐져 있다. 반대쪽 가지들이 하늘 방향으로 뻗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 벚꽃이 만발하면 마치 벚꽃이 궁거랑으로 쏟아져 내리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벚꽃을 즐기기는 일본사람들이 단연 으뜸일 것이다. 일본인들의 벚꽃사랑은 유별나다. 그런 일본인들이 최고의 명품으로 꼽는 벚꽃은 시다레자쿠라이다.

우리말로는 수양벚꽃 또는 능수벚꽃으로 부른다. 수양버들처럼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벚꽃이다.

고도 교토(京都)의 마루야마(圓山)공원이 일본 최고의 시다레자쿠라 명소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동작동에 있는 국립현충원에 수양벚꽃이 많이 있다. 이곳에 수양벚꽃이 피면 ‘현충원 수양벚꽃 축제’가 열린다. 야간개장도 해 서울시민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축제이다. 애국충혼이 잠드신 현충원을 한 동안 축제장으로 변하게 하는 마력을 지닌 것이 수양벚꽃이다.

궁거랑의 벚꽃은 수양벚꽃은 아니지만 독특한 매력을 충분히 지닌 명품이다. 하늘에서 복이 쏟아져 내리듯이 꽃더미가 쏟아진다.

그런 궁거랑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궁거랑 벚꽃 한마당’이라는 이름으로 축제가 열린다. 올해 축제는 여덟 번째 축제이다.

궁거랑에 벚꽃이 피면 벚꽃 조명등이 켜지고 궁거랑에는 갖가지 모양의 한지유등이 아름다움을 뽐낸다. 벚꽃이 펴 있는 동안에는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봄의 축제가 매일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다음달 2일 삼호동 주민센터 앞 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궁거랑음악회가 장식한다.

정상급 트로트 가수인 송대관을 비롯해 ‘갯바위’의 포크가수 양하영, 동후, 박규리 등이 출연한다.

이날 낮에는 궁거랑 한마음 걷기대회도 열린다.

한때 울산에는 공원면적이 턱없이 부족했다. 학성공원, 울기공원이 고작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울산대공원, 문수체육공원, 선암호수공원 등과 함께 태화강대공원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태화강공원의 새봄을 축복이라도 하듯이 궁거랑에 핀 벚꽃이 울산의 봄을 대표한다.

울산의 봄, 태화강의 봄, 궁거랑의 봄을 노래하자. 아름다운 울산을 노래하자. 행복을 노래하자. 벚꽃이 풍성하게 피어 있는 동안만이라도.

<강귀일 취재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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