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의 대의원들은 지도자이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대의원들은 지도자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9.1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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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조직, 국회에서조차 대의원(代議員)의 의사결정(意思決定)에 관해 오해를 하고 있다. 국회의원도 대의원의 하나인데 그 오해의 상당 부분은 일반인들이 대의원을 ‘꼭두각시’로 착각하는 것이다. 즉, 대의원은 자기를 대의원으로 뽑아준 사람들의 의견들을 수렴(收斂)하여 그 결과를 의사결정 과정에 그대로 반영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대의원은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자기가 속하는 집단(선거구민)의 의사를 수집하고 통계를 내어 이것을 전체의 의사결정에 제출해야 한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그 대의원은 꼭두각시인 것이다.

대의원이 꼭두각시가 되면 안 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하나는 선거권자가 입후보한 사람들 중에서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할 때, 모든 것을 우리한테 물어서 그 결과에 보태거나 빼는 것 없이 그대로 전달해줄 사람을 뽑는 경우이다. 그럴 사람을 뽑았다면, 꼭두각시를 뽑은 것이다. 대의원 투표는, 입후보한 사람들 중에서 가장 능력 있는 사람, 가장 양심적인 사람, 가장 정직한 사람, 우리를 이끌어갈 리더십의 자격을 잘 갖춘 사람, 무엇보다도 가장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판단하여 선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의원이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결과는 분명히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의사결정은 대의원 자신의 능력에 따른 합리적 판단으로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의원 자신이 유권자를 대신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유권자의 무엇을 대신하는 것인지도 막연하게 인식하고 있으면서, 설상 무엇을 대신하였을 경우, 그것은 스스로를 꼭두각시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뽑아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도 부정을 저지르지 않으며,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합리적 판단을 하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여러 분야에 요즈음처럼 관리자가 아닌, 또한 불법도 저질러버리는 보스(boss)가 아닌 지도자의 필요성이 대두된 일이 없다. 조직 내의 인간관계에서 구성원 간의 인격적 평등과 조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는 대립개념이 아니다. 과거 정권에서 평등과 지도자를 국민에게 대립개념으로 악용한 점이 있다. 즉, 지도자의 덕목 보다는 국민평등으로 가장 민주적인 척 했다. 이것이 지난 수년간 여기저기에서 영향을 받아 전문가도 없고, 지도자도 필요 없는 것으로 인식되어왔다. 두드러진 것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대의원들이 보이는 직무행태(職務行態)에서 나타난다. 이에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 무엇이 있는가 몇 가지를 밝히고자 한다.

첫째, 노동조합의 대의원은 조직의 지도자로서 대의원이 되겠다는 대의원 병(代議員 病)에 걸렸던 사람은 안 된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대통령 병에 걸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노동조합 활동은 정치활동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둘째, 노동조합의 대의원은 조직의 지도자로서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합원을 위하여 ‘봉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권력은 주어지면 휘두르고 싶어지고, 한번 휘둘러 그 맛을 보고 나면 더 크게 휘둘러 더 큰 맛을 보고 싶어, 더 큰 권력을 찾게 된다. 노동조합의 대의원은 대통령 자리를 넘보는 어느 정당의 K의원 같이 되면 안 된다.

끝으로 노동조합의 대의원은 권위를 내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협상을 잘하는 사람인 것을 항상 스스로 다짐하고 있어야 한다. 투쟁을 잘 하는, 명분 세우기만 일삼는 자리가 아니다.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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