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蔚山市歌)의 변신
울산시가(蔚山市歌)의 변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2.21 1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가 ‘흐르는 것’이라면 시류는 ‘변하는 것’이다. 또한 시류의 변화에 발맞춘 절묘한 변신은 지탄보다는 박수를 이끌어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OO의 변신은 무죄’라는 유행어를 우리나라에서 퍼뜨린 것은 아마도 ‘비키 루이스 톰슨(Vicki Lewis Thompson)이란 미국 여류(로맨스 소설가)가 쓴 '남자의 변신은 무죄?’(원제=Operation Gigolo)란 한글번역 소설이 처음이었지 싶다. 이 소설이 종로의 서점가에 첫 선을 보인 때는 2002년 1월이었다. ‘가지산 뻗어 내린 정기를 받아∼’로 시작되는 울산시가(蔚山市歌, 장태주 작사·김봉호 작곡)가 시민들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도 바로 그 해 제1회 울산시민의 날 행사장에서였다.
‘시민 화합과 애향심 고취’를 겨냥해서 성악가가 부른 이

노래는 그 후 이렇다 할 간섭이나 제재 없이 10년도 더 넘게 울산시의 주요행사 때마다 연주되었고 공익광고용으로 전파매체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감흥은 식어 갔고, 자연히 시민들로부터도 멀어져 갔다.

차라리 가수 윤도현이 ‘하드 록(Hard rock) 버전’으로 부른 ‘울산응원가’가 더 친근하고 낫다는 반응이 꼬리를 물었다. 울산시가는 ‘시민이 함께 부르는 시가’로는 부적당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는 ‘찻잔 속의 태풍’일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변화가 감지되었다. 지지난해 새로 취임한 김기현 울산시장이 이 문제를 정식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김 시장의 관심은 ‘편곡’ 쪽으로 기울었다. 성악곡으로 취입한 울산시가는 대중성이 낮고, 딱딱하고, 따라 부르기 어렵고, 흥도 나지 않는다는 항간의 여론이 시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시장은 전문가의 조언도 귀담아들었다. 제작된 지 14년이 지나 음색은 빛이 바랬고, 울산시가에 대한 시민들의 정서는 장중하기보다 대중적인 것을 원하고 있으니 이러한 흐름을 제대로 읽고 반영해야 한다는 견해를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편곡과 동영상 제작은 ‘MF엔터테인먼트’(서울 강서구) 이성주 대표에게 맡겨졌다. 그는 지난해 늦은 봄부터 작업에 들어갔다. 팝페라 가수 임형주의 독창, 어린이?청소년합창단의 합창, 숙명여대의 가야금이 들어간 연주곡, 그리고 다양한 계층의 울산시민이 함께 출연하는 동영상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 중에서 최근 ‘히트 가도’를 달리는 작품이 하나 나와 시선을 모은다. 어린이합창단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의 근로자, 평범한 일가족, 대장간 할아버지도 같이 나와 돌아가며 부르는 이른바 ‘시민이 함께 부르는 시가’의 동영상이다. 특히 ‘동녘해 오름에’라는 가사를 거의 음치 수준(?)으로 부른 울주군 언양시장 대장간 할아버지의 가창 모습은 가히 압권이라는 사실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지 싶다.

MF엔터테인먼트 이성주 대표가 동영상 제작의 비화를 한 컷 소개한다. “연습을 많이 하신 대장간 건너편 정육점 사장님에 비해 대장간 할아버지는 연습을 제대로 못하셨는데도 그림이 좋아서 이분만 고르기로 했답니다.” 정육점 사장님 자리를 대장간 할아버지가 밀쳐냈다는(?) 이야기로도 들렸다.

지역 TV방송사 화면을 통해 날마다 비쳐지는 이 ‘할아버지 동영상’의 인기 비결은 다름 아닌 ‘서민성’ ‘시민친화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품격’만 강조하다보니 딱딱하고 부르기 어렵고 낯설어 보이기까지 하던 울산시가가 이젠 시민들의 안방 문턱을 자유로이 넘나들기에 이르렀다.

시류(時流)와 호흡을 같이한  울산시가의 변신은 더 이상 유죄가 아니다.

<김정주논설실장  >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