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까마귀 군무 ‘스고이’
떼까마귀 군무 ‘스고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2.18 2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태화강 둔치에서 ‘2016년 떼까마귀·갈까마귀 군무 페어’가 열렸다. 지난 월요일에는 일본 관광객 50명이 울산을 찾아 떼까마귀의 군무를 보고 일제히 ‘스고이’라고 외쳤다. 행사를 시작하는 시간에도 철 늦은 겨울비인지 철 당긴 봄비인지 굵은 빗줄기가 제법 내렸다. 행사는 울산시 주최, 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 주관으로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구호 야생조류 방사, 떼까마귀 사진전, 철새 탐조대회, 떼까마귀 에코팔찌 만들기, 전국 생태관광지역 홍보 등을 담당하는 각종 전시·체험 부스가 운영되었다. 그 중에서도 ‘탐조 레이스’는 단연 압권이었다. 흰뺨오리 팀, 해오라기 팀, 황새 팀, 두루미 팀, 백로 팀, 갈매기 팀, 부부 팀 등 모두 7개 팀에 30명이 참가했다.

탐조 레이스 결과 다양한 조류가 관찰되었다. 비교적 개체수가 많은 물닭, 붉은부리갈매기를 비롯해 논병아리, 귀뿔논병아리, 민물가마우지, 왜가리, 중대백로, 쇠백로 등 36종이나 되었다. 특히 물수리, 황오리, 마도요, 고방오리, 흰비오리 등 5종이 관찰된 것은 며칠 동안 지속된 한파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탐조 레이스가 토요일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2회에 걸쳐 태화강 하류, 명촌교 부근, 태화강 전망대, 외황강 하류 등 4곳에서 이루어졌다. 행사는 총 24시간 동안 자료를 정리해서 발표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결과에 따라 울산시교육감상이 수여되었다. 철새를 가장 많이(33종) 발견하고 철새의 생태적 특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황새 팀에게 대상이 주어졌고, 흰뺨오리 팀(33종)과 백로 팀(30종)에게는 우수상, 두루미 팀(30종)과 갈매기 팀(17종)에게는 장려상이 각각 돌아갔다.

일본말 ‘스고이(すごい)’는 우리말로 ‘굉장하네요!’라는 뜻이다. 일본관광객들이 떼까마귀 무리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일제히 함께 날아서 나오는 이소(離巢) 장면을 보고 한목소리로 외친 말이 바로 ‘스고이(すごい)’였다.

지난 월요일 아침 6시 35분경 ‘태화강방문자센터 여울’(중구 태화동 먹자골목 32번) 앞 조류 탐조대에 일본관광객 50명이 모였다. 2박3일 일정으로 울산을 찾은 이들은 일본에서는 생소한 떼까마귀의 이소 광경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날씨는 추웠고 바람은 머릿결이 흐트러질 정도로 세차게 불었다. 비온 뒤라 아침기온이 영하 3.7℃까지 내려갔고 체감온도는 그보다 더했다.

떼까마귀의 이소 시각은 기상 변화에 영향을 받는지라 매일 아침 일정하지는 않다. 기온이 영하권인데다 바람까지 합세하는 것으로 미루어 이날은 일찍 날아오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떼까마귀는 바람이 세차게 불면 바람이 없는 날보다 3∼4분 빨리 이소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번에도예측이 빗나가지 않았다. 다행히도 일본관광객들은 아침 6시 35분경 현장에 도착했다. 떼까마귀 한두 마리가 막 날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월요일의 떼까마귀 이소 시각은 답사 내용을 자세하게 기록하는 야장(野帳)에 6시 36분으로 기록되었다. 차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곧바로 떼까마귀가 무리지어 날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떼까마귀 군무를 체험한 일본관광객들의 느낌은 저마다 다르고 다양했다. “까마귀 보러 가자 할 때는 이렇게 장관인 줄 미처 상상도 못했다”(시즈오카 거주), “스고이, 스고이!”(나고야 거주), “깜짝 놀랐다. 이런 광경은 처음이다. 하늘이 온통 까맣게 가득 찼다. 오기를 참 잘했다.”, “시내 한복판에서 이렇게 많은 떼까마귀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경이롭다.”,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날아 나오는 광경이 경이롭다”, “까마귀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았는데 떼까마귀 사진을 찍었으니 일본에 가서 자랑해야겠다.”, “까마귀를 보기 싫은 날짐승으로만 생각했는데 많은 떼까마귀가 함께 날아 나오는 장면은 감동적이고 훌륭한 장면이었다.”

체험에 함께한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까마귀 떼를 도심지에서 쓰레기봉투를 찢어 음식물이나 꺼내먹는 하찮은 존재, 울음소리도 듣기 지겨운 큰 몸집의 존재쯤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일본에서도 우리처럼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큰부리까마귀’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울산시는 올해 1월에 중국관광객(30명)과 대만관광객(25명)을 유치해 울산의 관광상품을 알렸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관광객 울산 체류관광 일정에 ‘떼까마귀 이소 체험’을 포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이번 떼까마귀 이소 체험은 반응이 무척 좋았던 만큼 앞으로도 알차게 준비만 한다면 울산의 체류형 관광객 수도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태화강 떼까마귀의 군무는 일본관광객들의 말 그대로 ‘스고이, 스고이’였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박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