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찰의 ‘무리수’ 홍보
울산경찰의 ‘무리수’ 홍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2.1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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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남구의 한 파출소의 숨은 선행이 알려졌다. 어둑해진 밤길이 무서워 집까지 데려달라던 한 여학생이 고마움의 표시로 경찰관들에게 선물을 줬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은 독자들의 호응도 좋았다.

이 때문이었을까. 18일 울산 남부경찰서는 미담 사례를 홍보자료로 배포했다. 휠체어가 고장나 꼼짝 못하는 하반신 마비의 어르신을 무사히 집까지 모셔다 드렸다는 내용이다. 또다른 하나는 “집에 가스불을 켜놓고 나왔는데 불이 난것 같다”는 신고로 집안에 들어가 가스레인지 밸브를 잠궜다는 내용이었다.

두 사례 모두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미 알려진 ‘여학생 선물’ 내용은 진정성 있는 미담이었다. 반면 나머지 둘은 일반 시민들이 공감하기에는 부족한 내용이었다. 언제든 어려움에 처한 시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경찰 의무이자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가스레인지 불을 꺼달라’는 신고에 경찰이 도움을 줬다는 내용을 시민들에게 알려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따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바로 경찰들의 실적 쌓기에 급급해 보낸 홍보자료라는 것. 이처럼 경찰이 홍보에 무리수를 두는 원인에는 성과지표 항목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3년동안 치안종합성과평가 자료에 따르면 치안정책 홍보실적 평가 항목이 7%로 가장 높았다. 수사, 생활안전, 피해자 보호 등 민생과 밀접한 분야는 그보다 적은 5%였다.

이렇다 보니 일선 경찰서에서는 앞다퉈 무리수를 두고 홍보자료를 뿌리고 있는 것이다.

한 경찰관은 “경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하는데 인사고과 점수를 위해 기고글 작성과 같은 홍보 업무에 열을 올리는 직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경찰 홍보성 포스팅이 최근들어 유난히 많이 뜬다”며 “소통도 중요 하지만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해야하는 경찰이 스스로를 미담화 하는것 같다”고 밝혔다.

밤잠 설치며 사건을 수사하고 치안을 유지하는 경찰의 수고를 폄하하는건 아니다 . 과연 이런 사례들이 반드시 알려야 할 미담이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덕목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강은정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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