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선호 벗어나고 지역 대학 수 늘렸으면”
“대기업 선호 벗어나고 지역 대학 수 늘렸으면”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6.02.1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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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두 울산경제진흥원장
‘울산지역 중소기업의 종합적인 지원과 경영활성화 촉진’을 목표로 2002년 3월 27일 문을 연 ‘재단법인 울산경제진흥원’(UEPA, 전 울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이 다음달 개원 16주년을 맞는다. ‘One Roof One Stop(한 지붕 원 스톱) 서비스’를 구호로 내세우고 울산 지역경제 활성화의 중추기관임을 자부하는 UEPA를 진두지휘하는 정환두 원장(59·사진)을 최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온화한 미소 너머로 경제통으로서의 자긍심과 함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은연중에 엿보인다. 1981년 7월 부산대학교 학생처가 공직의 첫발을 내디딘 곳이지만 1991년 4월부터는 상공부 미주통상과를 시작으로 경제전문가로서의 안목을 키우는 과정을 밟는다.

정환두 원장의 30여년 공직생활 중에서 가장 오래 심혈을 기울인 분야는 뭐니 해도 중소기업 분야다. 1996년 2월 중소기업청 부산울산지방청 근무를 시작으로 지난해 1월 23일 경남지방중소기업청장 직을 명퇴(명예퇴직)하기까지 19년간이나 ‘중소기업청’ 명함을 지니고 다녔다. 공모를 거쳐 울산경제진흥원장 직에 취임한 것은 약 한 달 후인 지난해 3월 1일. 열흘 남짓 지나면 임기 2년차에 접어든다.

그렇다고 울산과의 인연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2010년 1월에는 부산·울산중소기업청 울산사무소의 초대 소장에 부임했고, 그 직함은 경남중소기업청장에 취임(2013. 11)할 때까지 10년 넘게 이어진다.

주력산업 타격…중소기업도 주름살

지난 1년 동안 울산시 지방공기업의 장으로서 눈여겨본 울산의 지역경제와 중소기업의 현주소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다. 신중하게 말을 받는다.

“울산은 3대 주력산업을 이끄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이지요. 중소기업도 상당수가 이들 대기업의 협력업체라고 보면 됩니다. 국가산업단지가 너르고 인구가 비슷한 창원시(인구 110만)에 비하면 중소기업이 그리 많지는 않지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울산지역 중소기업 수는 2013년 말 기준으로 7만 2천여 업체에 이른다.

정 원장은 지난 한 해 조선산업을 중심으로 일부 대기업들이 겪은 경영적자의 여파가 중소 협력업체에까지 부정적으로 미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한다. 지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대기업들의 향후 전망도 조심스레 개진한다.

조선산업과는 달리 자동차산업은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반면 석유산업은 국제원유가격과 제품가격의 하락세로 당장은 타격을 받을지 모르나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도약이 기대된다는 소견도 덧붙인다.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그는 김기현 시장의 ‘마당발 투자유치’의 성공사례를 든다. 아울러 SK나 S-OIL의 정제시설 대확장이 뒤따를 것으로 내다본다. 또 이에 힘입어, 수적으론 적다 해도, 정제 플랜트 분야 협력업체들도 덩달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한다.

5년에 걸쳐 추진하는 ‘Industry 4.0 사업’이 지난해 말 울산시의 노력으로 정부의 예타사업에 선정된 것도 고무적이라고 본다. 조선 분야를 중심으로 지역 중소기업들의 기술개발 역량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자생력 강화 적극 지원”

그는 지난달 지역신문 기고를 통해 울산경제진흥원의 각종 지원사업을 소개하면서 이런 견해도 밝혔다. 즉, 중소 협력업체들이 살아남는 길은 자생력 강화에 있고, 진흥원은 이를 위해 입체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고문의 일부를 잠시 옮겨보자.

“울산시는 2016 시정방향을 ‘다시 뛰는 울산경제! 함께 만드는 창조도시’로 정하고 중소기업의 어려운 경영여건을 지원하고자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을 전년 1천억원보다 500억원이 많은 1천500억원으로 확대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고자 수출역량 강화사업 지원 확대와 OKTA(세계한인무역협회)대회 및 대·중소기업 구매상담회를 추진하는 것은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기업에 의존해 주문해 주기만을 기다릴 수 없고, 이젠 독자적인 판로개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달리 적은 인원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중소기업으로서는 힘들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도록 중소기업청은 비즈니스지원단을, 울산경제진흥원은 기업민원처리센터를 진흥원 1층에서 각기 운영하고 있다. 자금, 기술, 수출, 환경, 법무, 세무 등 어떤 분야라도 상담 및 도움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갖추고 있으므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One Roof 서비스’의 중심축 진흥원

울산경제진흥원 건물에는 9개 유관기관이 한꺼번에 입주해 있다. 진흥원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중추기관’ 답게 한 지붕(One Roof) 아래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들 기관들을 유기적으로 엮어 주면서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기구의 확대개편으로 3월부터 명패를 ‘울산지방중소기업청’으로 바꿔 다는 부산울산중소기업청 울산사무소를 비롯해서 중소기업청 수출지원센터, 기술신용보증기금 울산지점, 울산지역신용보증재단, 한국표준협회 울산본부, 한국무역협회 울산본부, 그리고 15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KOTRA 울산사업단 등에 이르기까지 ‘무역중심 지역경제의 모세혈관들’이 거의 다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원장에게는 그러나 확실한 철학이 있다. “군림하는 위치에 있지도 않고 있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다른 입주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고 심부름을 도맡아 해주는 곳’이라는 생각도 다르지 않다. “중소기업이란 지역경제의 버팀목들이면서도 적은 인력, 적은 자본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바로 그런 영세성 때문에 정보 획득이 어렵고, 심지어는 사업 신청도 제대로 못하는 업체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는 것이 정 원장의 진단이다.

진흥원은 당초 21명 수준이던 인력을 계약직을 포함해 48명까지 늘렸다. 특히 올해부터는 청년창업지원센터와 마을기업지원단도 진흥원 안에 둥지를 틀었다. 이 모두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도우미 역할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의 반영일 것이다.

진흥원은 창립 초기의 구호 ‘One Roof’ Servise’를 최근에는 ‘One Roof’ One Stop 서비스’로 바꿨다. 하지만 이 구호가 하루아침에 이뤄지기는 힘들다. 정 원장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서비스 체계의 단계적 구축’이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서둘지 않고 차근차근 이뤄나가겠다는 것이다.

바둑·등산 접고 독서삼매경

정환두 진흥원장은 바둑 실력이 한창 기세등등할 때는 ‘아마 3급’으로 통했다. 그러나 지금은 좋아하던 바둑도 등산도 테니스도 일시 접기로 했다. 그 대신 독서삼매경에 빠져들 때가 많다. 경제서적은 물론 ‘유머기법’을 다룬 책도 즐겨 읽는다. 유머감각은 유용한 데가 적지 않다. 직원들 앞에서도 중소기업 관계자를 만날 때도 이따금씩 윤활유삼아 활용한다.

“건배사로 작년엔 ‘강-남-스-타-일’을, 최근에는 ‘재-건-축’을 선창하지요.” 풀이하자면 이렇다고 했다. ‘강-남-스-타-일’은 ‘강인하고, 남을 배려하고, 스마트하고, 타에 모범이 되고, 일도 잘하고!’이고 ‘재-건-축’은 ‘재미있고, 건강하게, 축복받으며 일하자’는 제안이라는 것.

정 원장은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쉽게 기억하자는 의미로 중소기업청에서 애용하는 슬로건 ‘9988234’에 때한 뜻풀이도 들려준다. 우리나라 사업체 수의 9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고용의 88%(←87.6%)를 중소기업이 떠맡고 있으며, 중소기업도 세계시장에서 2∼3등에 그치면 살아남기 어렵다(4)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러나 울산의 경우 2013년 말 기준으로 중소기업체 수는 99.9%이지만 종사자는 약 79%로 전국 평균을 밑돈다는 말도 덧붙인다.

“현장 목소리 더 많이 들을 것”

울산경제진흥원장 임기 2년차에 들어가는 올해 정 원장은 ‘발로 뛰는 현장업무’ 방식에 치중할 생각이다. 중소기업들이 밀집한 산업단지 협의회의 정례모임이나 간담회(월 1회)에 참석, 진흥원의 시책을 설명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도 늘릴 참이다.

하지만 울산에 대한 아쉬움은 좀체 사라지지 않는다. 너무 좁아 보이는 ‘인력 풀’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대학이 많아야 훌륭한 교수도 많이 모셔오고 유능한 인재도 많이 배출할 수 있을 건데 울산에는 대학 수가 너무 적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우리 진흥원에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청년창업’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지역 대학 졸업생들의 대기업 선호 취향 역시 안쓰러운 대목의 하나다.

대학 수를 늘리는 작업은 중장기적 과제로 남겨두더라도 기술의 개발·이전을 겨냥한 산·학·연 협력체제의 구축만큼은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 원장의 생각이다.

경남 하동군 고전면이 그가 태어난 고향이다. 그러나 삶의 흔적을 오래 남긴 곳은 부산이다. 초등학교 5학년 되던 해에 가족을 따라 부산 ‘남일국민학교’로 전학한 것이 객지생활의 시작이었다. 부산남고를 거쳐 동아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네 살 아래 부인 성지은 여사(55)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글= 김정주 논설실장·사진= 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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