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인생커피’는 식지 않는다-실버바리스타 신수균씨
짙은 ‘인생커피’는 식지 않는다-실버바리스타 신수균씨
  • 김은혜 기자
  • 승인 2016.02.0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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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자격증 취득… 카페일하며 공연봉사까지

울산시 남구 무거동 갤러리카페 연에는 눈만 마주쳐도 미소가 나오는 ‘실버 바리스타’가 있다. 카페 분위기를 화사하게 장식하는 분위기메이커 신수균(69·사진) 어르신이다. 카페에 들어서면 선글라스를 낀 멋쟁이 바리스타가 밝은 미소로 맞이한다. 약 3년 전까지 현대중공업에서 용접 일을 했던 그는 정년퇴직 후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갤러리카페 연에서 근무하면서 신명나는 인생 2막을 열었다.

“정년퇴직 후 집에서 쉴 수만은 없겠다 싶어 전 근무지 협력사에 이력서를 냈더니 대놓고 거절은 하지 못하고 납품이 중단됐다면서 우회적으로 거절하더군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니 상실감이 컸죠. 그러면서 바리스타 자격증 교육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자격증까지 따게 됐습니다”

신 어르신은 카페 일을 하면서 새롭게 시작한 것이 있다. 기타 연주다. 회사에 다니던 시절에는 먹고 살기 바빠 취미활동도, 봉사활동도 할 겨를이 없었지만 요즘에는 기타 연주를 취미 활동을 하면서 봉사활동의 즐거움도 느끼고 있다. 신 어르신은 동료 실버 바리스타들과 함께 자비를 모아 간식을 마련해 5일 울산양로원으로 봉사활동을 나가 기타 연주와 라인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멋진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2주 전부터 맹연습 중이다.

“저보다 연로하신 어르신들이나 장애인분들이 제가 노래하고 춤추는 걸 보고서 함박웃음을 짓고, 함께 즐기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충격’이기도 했습니다. 뛰어난 노래와 춤이 아닌데도 정말 좋아하셨기 때문이지요. 소박한 재능인데도 이렇게 좋아해주시니 더 열심히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신과 같은 실버 바리스타들이 울산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함께 돕고 싶다는 꿈도 갖고 있다. 갤러리카페 연에 바리스타를 하고 싶다며 지원한 어르신이 5명이나 있단다.

신 어르신이 가장 자신 있는 커피 메뉴는 ‘에스프레소 투 샷’이다. 곱게 갈은 원두 입자와 적정한 스팀 압의 조화로 커피를 뽑으면 두꺼운 크레마가 나오는데 투 샷으로 뽑아냈을 때 커피 본연의 고소한 맛을 볼 수 있단다.

“손님들에게 더 맛있는 커피를 내주고 싶어서 카페모카를 만들 때도 투 샷을 넣습니다.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덩달아 즐겁습니다.”

신 어르신이 뽑아내는 에스프레소 투 샷에는 인생 2모작을 시작하는 열정 한 스푼, 이웃을 사랑하는 나눔 한 스푼이 담겨 있어 더 고소하고 진한 맛이 났다.

김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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