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하청노조 재신임투표에 부쳐
현대차 하청노조 재신임투표에 부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1.2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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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로또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혹시 모를 대박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사람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도 자신이 돈을 딸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 부닥치면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을 하고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종종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일종의 고정관념이자 아집이다. 물론 긍정적인 자기최면은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신념으로 이어져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낭패를 보거나 본전도 못 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현대차 사내하청지회가 최근 사측과 특별협의에서 어렵사리 잠정합의를 이뤄내 10여년 걸린 사내하청문제를 완전히 종결짓는 듯 했으나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해 아쉽게 부결됐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기존 4천명에 2천명 추가 채용, 근속연수 인정범위 확대, 소송취하 지원금을 확대하는 등 혜택범위를 넓혔지만,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회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다 제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가 제시한 내용대로라면 사실상 전원 정규직 채용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노조원 52%가 반대표를 던졌다. 2% 부족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수는 없지만, 그릇된 판단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회사도 현재로선 더 이상 특별협의에 임할 계획이 없음을 내비치고 있어 결국 법의 판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시간과 비용도 문제지만,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현재 진행 중인 집단소송 항소심 선고도 4월로 연기된 데다 항소심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상고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또 지루한 법정논쟁과 다툼으로 또 수년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문제는 완전승소가 아닌 이상 그 누군가는 희생양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공장점거, 불법파업 등으로 인한 200여 억원의 손해배상금액도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투쟁의 깃발을 올려 당당히 정규직을 쟁취했다하더라도 전원 정규직이 아닌 이상 누군가는 비정규직의 멍에를 그대로 안아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정규직의 기쁨을, 누군가에게는 비정규직의 슬픔을 안긴다면 그것은 실익 없는 ‘피로스의 승리’와 다를 바 없다.

현대차의 사내하청문제는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 사내하청에서 일하다 해고된 최모씨가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에서 대법원이 최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확산됐다. 이후 집단소송으로 이어져 현재 법원에 고법에 계류 중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제조업에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 기업들은 민법에 보장돼 있는 도급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법원은 도급이 아니면 모두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급계약대로 일을 잘 하고 있는지 원청사가 중간에 점검하고 간섭했다면 파견이 되는 세상이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법원의 판결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이해 당사자 간 대화와 타협, 양보와 이해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다. 또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는 이유로 집행부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것도 옳지 않다. 더 좋은 안을 가지고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맞다. 당위론에 집착하다가 자기최면에 빠지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부화뇌동하거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선동, 선전도 있어선 안 된다. 상처뿐인 영광을 선택할 것인지 상생의 길을 선택할 것인지 잘 판단해주길 바란다.

<이주복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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