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동네병원 의료 서비스 질 향상 방안은?
[특집] 동네병원 의료 서비스 질 향상 방안은?
  • 김은혜 기자
  • 승인 2015.12.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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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큰병원… 의료쇼핑 이제그만
▲ 성형외과를 비롯한 각종병원들이 밀집한 남구 삼산동 터미널 사거리 인근 인도에 병원 광고물이 늘어서 있다. 김미선 기자
그동안 산업도시 울산에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전국 7개 광역시 중 요양기관과 의사를 가장 적게 보유하고 있어 의료불모지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울산 의료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울산대학교병원의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핵심이다. 지난 2013년부터 거론돼왔던 울산 산재모병원 건립도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울산은 전국에서 뇌졸중 환자수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혀 통합적으로 중증응급질환을 담당할 수 있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건립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새해를 맞아 의료불모지에서 의료선도지로 도약하는 울산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지역 의료계의 의견을 모아본다.

◇ 광고, 마케팅에 의존하는 병원들

울산 남구 삼산동 터미널 사거리 이른바 ‘메디컬 거리’라고 불리는 이 일대에는 성형외과와 안과, 피부과, 내과 등 다양한 종류의 병원이 밀집해 있다. 넘치는 병원만큼 의료 광고도 도배를 했다. 버스광고부터 배전함광고, 옥탑광고, 불법 현수막 광고까지 넘쳐난다.

병원마다 특출 난 진료를 강조하는 광고물이 가득하다. 이런 상황은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 블로그와 카페 등에서 진솔한 후기 게시물을 통해 입소문을 내는 방식의 바이럴 마케팅은 울산 지역 병원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바이럴 마케팅의 본질이 흐려져 이제는 이마저도 광고로 활용되고 있다. 병원도 광고와 마케팅을 통한 환자 유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으리으리한 시설과 첨단 장비, 막대한 마케팅 비용은 환자의 진료비로 돌아간다. 환자들은 이를 알면서도 광고를 통해 낯익은 인지도 높은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삼산의 한 병원 홍보 관계자는 “병원이 밀집돼 있는 삼산동에서 많은 환자를 유치하려면 광고와 마케팅은 필수”라며 “삼산에 위치한 병원이라면 이를 모두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울산지역 기대수명 꼴찌 수준

병원이 이런 광고 마케팅 전쟁을 치르는 가운데 지난해 울산 시민의 기대수명은 전국에서 꼴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생명표에 따르면 울산 시민들의 기대수명(출생 이후 생존하는 평균 햇수)은 81.3년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65세 이상 기대여명(어느 연령에 도달한 사람이 이후 몇 년 동안이나 생존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 역시 울산이 19.5년으로 가장 낮았다.

이는 공장이 많은 산업도시에 살고 있다는 인식도 있지만, 울산지역 의료서비스에 대한 기대 역시 줄어들었다는 인식도 한 몫 한다. 울산 시민들에게 병원 역할의 본질인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울산건강연대 김현주 집행위원장은 “산업도시 울산의 기대수명은 다른 시도보다 짧을 수 밖에 없다”며 “의료계에서는 장점만을 부각시켜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광고나 마케팅에 집중하기 보다는 기대수명을 높이기 위한 건강의 종합적인 연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동네병원 의료 질 향상 위해 1, 2차 기관 간 소통 필요

울산 지역 의료계에서는 1차 의료기관(의원급) 서비스 질의 향상을 위해 울산지역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고 활성화 시켜야하는 등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무조건 큰 병원’으로 가야한다는 환자의 인식과 경증도 무리하게 진료하려는 의료계의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서는 1차부터 3차까지 의료기관 간 폭 넓은 소통의 장을 마련해 실제 벌어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상호 보완하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시의사회 변태섭 회장은 “시민들이 쉽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지역 의료전달체계를 확실히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고 강조했다.

울산병원 이주송 병원장도 “각 의료기관이 상생하려면 진료의뢰 후 환자회신이라는 명확한 진료의뢰체계를 확립해 활발한 환자교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이런 상생과 지역 의료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2차의료기관의 역량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조건 큰 병원으로’라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울산건강연대 김현주 집행위원장은 “의료 광고가 넘쳐나기 때문에 환자들 역시 어느 병원이 믿음직한지를 따져보는 의료쇼핑을 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의료급여 횟수를 제한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김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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