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버릴 수 없는 ‘산업수도’, 울산 관광의 중심으로
[기획]버릴 수 없는 ‘산업수도’, 울산 관광의 중심으로
  • 주성미 기자
  • 승인 2015.12.3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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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관광에 인문을 더하다-上]‘산업수도 울산’ 관광, 다시 생각하기
▲ 현대자동차 전경.
▲ 현대중공업 전경.

울산광역시.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영남알프스를 배경으로 도심에 태화강이 흐르고 연어와 철새가 찾아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도시. 하지만 울산의 별칭은 ‘공업도시’, ‘산업수도’다. 사람들은 빽빽하게 들어선 공장을 떠올린다. 공장에서 뿜어져나온 매연과 폐수를 생각한다. 울산이 가진 이미지가 그렇다.

최근 전국의 각 지자체가 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있다. ‘관광’. 사람의 발길을 잡아 지역 경제를 살리는 ‘미래 먹거리’ 사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울산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관광’ 콘텐츠는 무엇일까. 영남알프스의 산악, 반구대 암각화와 고래잡이의 역사·문화, 진하해수욕장과 일산해수욕장 등의 해양 등 다양한 관광 자원이 있다. 그 중에서도 다른 지역과 가장 차별화된 콘텐츠는 ‘산업’이다.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끈 명실상부한 ‘산업수도’의 이미지를 버리기보단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한민국의 산업화, 울산에는 이야기가 있다. 역경을 딛고 성공을 이룬 이야기 뒤에는 고향을 떠난 이들의 아픔이 있다. 꿋꿋이 고향을 지키고 살아온 이들에겐 소외감이 있고 지금은 사라져버린 것들을 기억하는 이들의 그리움이 있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만 조명하는 ‘산업관광’은 한계가 있다. ‘찾고 싶은’ 울산을 만드는 것은 산업관광에 담긴 이야기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산업의 중추와 그 안에 있는 사람들, 그들이 이뤄낸 문화를 하나의 콘텐츠로 녹여내는 것이다.

이번 기획은 단순히 기계음과 기름 냄새나는 ‘산업관광’에 사람과 문화를 더할 수는 없을까에서 시작한다.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울산을 떠올리면 갖는 이미지는 하나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으로 대변되는 ‘현대’의 도시. 공장이 밀집한 ‘공업도시’ 울산이다.

‘관광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됐을 때 울산은 ‘산업관광’을 내세웠다. ‘산업수도’ 울산의 이미지를 관광에 활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산업관광’의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산업관광은 한계에 부딪혔고 이제는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 지울 수 없다면 ‘활용하자’

울산이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공단의 꺼지지 않는 불빛과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는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단면이었다. 비료공장과 정유공장, 조선소 등이 들어선 울산의 공단에서 근로자들은 밤낮으로 피땀을 흘렸다. 한국전쟁 이후 피폐함 속에서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던 대한민국은 울산을 중심으로 한 산업화를 통해 큰 변화를 겪었다. 울산지역 공단에서만 수백억달러의 수출이 이뤄질 정도다. ‘산업수도 울산’의 이미지는 이렇게 탄생했다.

일각에서는 울산이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공장으로 가득찬 공업도시, 산업수도 이미지를 버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울산은 태화강 복원 사업 등을 통해 ‘생태도시’로의 변화를 꾀했다. 악취와 폐수로 뒤덮혔던 태화강은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해졌다. 하지만 울산의 이미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영남알프스의 억새 장관이나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간절곶이 울산에 있다고 알려도 단편적인 장소로만 인식될 뿐 울산의 이미지를 바꾸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울산이 공업도시의 이미지를 벗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히려 울산의 정체성인 공업도시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울산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공업도시 이미지를 활용한 관광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울산의 관광 테마는 산업·산악·생태·역사(문화)·해양 등 5가지로 나눠지는데 이 중 산업관광을 중심으로 다른 테마의 콘텐츠와 연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산업관광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끈 뒤 자연경관과 반구대암각화 등 다른 콘텐츠를 추가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공장만 많은 도시인 줄 알았더니 와보니 다르네’라는 반전이 핵심이다.

◇ ‘보여주기식’ 산업관광의 한계

울산 관광의 성공 여부는 결국 울산의 산업관광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느냐에 달려있다.

산업관광의 사전적인 의미는 1·2·3차 산업현장을 대상으로하는 모든 관광행위를 말한다. 그만큼 산업관광은 사업장의 협조가 중요하다.

현재 울산의 산업관광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2차 산업현장에 집중돼 있다. 그마저도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홍보관을 둘러보거나 현장을 대략적으로 둘러보는 데 그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홍보영상을 시청하고 기념전시실을 둘러본 뒤 관광버스를 타고 선박을 건조하는 도크와 골리앗크레인을 눈으로 보는 45분 코스로 운영한다.

현대자동차도 홍보영상을 본 뒤 3공장 의장라인과 수출선적부두 등을 1시간 동안 둘러보는 것이 전부다.

석유화학공정인 SK에너지의 산업관광은 가장 힘들다. 일부 전공대학생들과 사업 관계자, 관계 기관 등의 요청에 따라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을 뿐이다. 일반 관광객들은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할 경우 공정 밖의 시설물만 둘러볼 수 있다. 공장의 규모만 눈으로 확인하는 수준으로 원유에서 석유제품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현장에서 경험할 수는 없다. 석유화학공정 특성상 방문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게 SK 측의 설명이다.

SK 관계자는 “사업장이 국가중요시설인데다 일반적으로 부품을 조립하는 수준의 공정과 달리 작은 실수에도 대형 사고가 우려하는 점이 있다”면서 “공정에 대한 이해도 어렵기 때문에 일반 관광객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최근 이같이 ‘보여주기식’의 산업관광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들 사업장을 찾는 관광객들의 수는 최근 2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현대중공업의 2015년(12월 14일 기준) 방문객은 8만4천700명(학생 4만2천100명·일반 4만2천6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15만2천700명(학생 8만3천500명·일반 6만9천200명)의 55.5% 수준이다.

현대자동차도 2015년(12월 14일 기준)에 7만4천642명이 다녀가 2013년(11만2천204명)에 비해 33.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SK에너지는 2013년(1만1천638명)의 36.3%에 불과한 4천223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 새로운 형태 ‘산업관광’ 필요

이처럼 울산지역의 산업관광이 외면받는 데는 기업체의 소극적인 태도와 ‘보기만 하는 관광’의 한계를 지적한다.

각 기업들이 기술 유출 등을 이유로 시설 공개를 꺼려하는데다 관광 코스를 개선할 의지도 없는 상황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산업관광 도시인 슈투트가르트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이 있다. 다양한 종류의 메르세데스 벤츠 자동차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량 부품을 체험할 수 있다.

독일의 뮌헨에 있는 BMW 박물관은 고객에게 자동차를 인계하는 딜리버리 센터와 연계한 전시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딜리버리 센터에는 안전성능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시설이 공개돼 있고 어린이 전용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 자체에 대한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브랜드 자체의 홍보에도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이다.

산업관광이 단순히 한 지역의 미래 먹거리 사업이 아니라 해당 기업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세계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울산지역 사업장은 기술 유출 등을 이유로 산업관광에 동참하는 데 소극적인 입장이다. 오래 전부터 울산시는 현대자동차에 안전성능 테스트 등과 같은 시설을 관람 코스에 포함시켜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현대자동차 측이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달라지지 않는 관람 코스도 진부함을 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처음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한 이후 달라진 점 없이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코스를 변경할 별다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각 사업장이 갖고 있는 성공담(Story)도 이미 식상해졌다는 평이다. 드라마 등의 소재로 수차례 활용되면서 고(故) 정주영 회장이나 현대가(家)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산업관광은 지자체가 주도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고 기업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면서도 “산업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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