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어루만진다는 것은 마음을 만진다는 의미죠”
“아픔을 어루만진다는 것은 마음을 만진다는 의미죠”
  • 양희은 기자
  • 승인 2015.12.3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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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칭찬은 계속됩니다' 한결 같은 소망… 아침마다 행복미소
 

지난 2013년 겨울 울산제일일보는 착하고 아름다운 울산의 얼굴을 찾아 전하는 ‘칭찬합니다’ 기획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청소년 눈높이에서 사랑으로 아이들을 감싸주는 동천초 황인자 교감을 시작으로 지난 연말까지 85개 사연을 소개했다.

지난 한 해도 장애학생을 도와준 여고생 5인방을 시작으로 43건의 칭찬 주인공을 만나 그들의 행복한 이야기를 전했다. 주인공 대부분은 “아이고. 그게 무슨 칭찬할 일이라고”라며 부끄러워했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아가겠노라 다짐했다.

2016년을 맞으며 그간 아침마다 독자들에게 행복한 미소를 전했던 칭찬 주인공들을 다시 만나 그들의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 여전히 부끄러운 미소로 답하는 그들에게서 ‘기분 좋은’ 울산을 보았다.

▲ 장애학생 도운 여고생 5인방.

◇학교에서 표창장 받은 여고생들 '신나는 대학생활 꿈꾸고'

지난해 첫 칭찬 주인공은 여고생 5인방이었다. 성탄절 아침 버스 안에서 이들의 선행을 본 한 시민이 울산교육청 홈페이지에 칭찬글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된 사연이다. 여고생 5인방은 버스 정류장을 놓친 여학생이 무사히 엄마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우리는 다르지 않은 친구니까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이라고 했던 여고생들의 예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북구 울산동천고 2학년생이던 김지은, 김우경, 문정민, 손효진, 이정주 양은 오는 3월이면 모두 대학생이 된다. 교복 차림의 여고생들은 이제 어엿한 어른이 됐다. 대학생활이라는 새로운 꿈을 안고 본격 인생의 링에 뛰어 오른 그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난달 30일 겨울방학식을 마친 효진이는 얼마 전까지 하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고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다. 대학 수시 모집에 합격한 효진이는 수능 시험 이후 두달여간 일하다 잠시 쉬면서 겨울방학 계획을 짜고 있다.

정주와 정민이도 화려한(??) 대학생활을 꿈꾸며 아르바이트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우경이와 지은이는 친구들과 여고시절의 마지막 추억을 쌓느라 분주하다고 했다.

김우경양은 “칭찬 주인공이 되고 수업 때 마다 선생님들께 칭찬을 받았고 한동안은 ‘동천고 천사’로 불리기도 했다”며 “교장 선생님께서 표창장도 주셔서 ‘우리가 착한 일을 했구나’ 새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우경이와 효진이는 부산의 한 전문대학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우경양은 과 1등을 목표로 공부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대학생이 되면 꼭 장학금을 받아 부모님께 효도하는 딸이 되고 싶다”며 “고등학교 친구들과도 계속 인연을 이어가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가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새해 소망을 말했다.

효진양은 “타지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며 “내가 원하는 곳에 취직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봉사활동도 경험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 조수현 대표

◇“올해도 고구마이웃사랑은 계속됩니다” 이웃사랑 15년째, 올해 목표 3천만원

칭찬 4번째 주인공이었던 이웃사랑모임 조수현(48) 대표는 여전히 사랑의 군고구마 기적을 이어가고 있다. 2015-16년 목표금액을 3천만원으로 정하고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번 목표금액은 역대 최대치다. 최대 목표금액인만큼 조 대표의 손길을 기다리는 가정도 평소보다 2배 늘어난 다섯 가정이다.

수두증에 의한 뇌병변 2급 판정을 받은 4살 아이와 왼쪽다리 근력저하로 활동이 불편한 11살 소년, 14살의 뇌성마비 여아 등 여러 사연을 지닌 우리 이웃들에게 올해도 사랑을 전달할 예정이다.

지난달 21일부터 26일까지 벌인 1차 군고구마 모금활동으로 목표금액의 절반 이상인 1천450만원을 모았다. 2차 모금 기간인 4일부터 9일까지 더 노력해야 최종 모금액에 도달할 수 있다.

조 대표의 새해 소망은 15년째 한결 같다. 바로 ‘목표금액 달성’이다. 그는 “나는 해마다 ‘꼭 목표 금액을 달성해 많은 아이들에게 지원해 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소망을 빈다. 오로지 그 생각 뿐이다”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올 한 해 오랫동안 간직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한발자국 더 나아가려 한다.

“좀 더 큰 꿈을 꾼다면 국회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것입니다. 국회의원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을 알리고, 관심도 가져달라는 취지죠. 국회의원이면 더 많은 성금을 내 주시지 않을까요.”

그의 최종 목표는 사랑의 군고구마 모금활동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올해도 이 소망을 이루기 위해 뛸 각오가 돼 있다.

조 대표는 “사랑의 군고구마 활동이 구세군처럼 전국에서 동시에 시작됐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라며 “겨울철 따뜻한 군고구마로 몸을 녹이듯 따뜻한 온정의 손길도 군고구마에 실려 사랑이 곳곳에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 울산 남구여자중장기청소년쉼터 김수정 간사

◇전쟁같은 하루도 아이들과 함께라면 거뜬... 보도 후 쉼터 아이들 격려, 응원 늘어 감사

가출한 여자 청소년들의 큰 언니로 불리는 울산남구여자중장기청소년쉼터 김수정(27) 간사는 지난 10월 칭찬 주인공이다.

김 간사는 칭찬 주인공으로 소개된 후 “참 가치 있는 일을 한다”며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격려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칭찬보다 보도 후 사람들이 쉼터 아이들에게 관심이 생겼고 응원을 해주는 것이 더 기쁘다고 했다.

지난해 김 간사와 쉼터 아이들에게는 기쁜 일도 많았지만 힘든 일도 있었다. 생각한 대로 아이의 환경이 풀리지 않고, 진로나 관계 등 여러 상황이 꼬이는 것이 눈에 보일 때면 두렵기도, 염려가 되기도 했다. 그는 “보이는 현실을 넘어 성장을 위해 거쳐야 하는 귀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더욱 냉정하게 진로지도를 이어가야 했다”고 지난해를 회상했다.

아이들과 가족 이야기를 하며 내면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가족나눔축제’는 김 간사에게 뿌듯한 일로 기억된다.

입소생과 교사들이 모두 모여 가족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에서 김 간사는 “가족의 공백 속에 살아온 아이들의 슬픈 내면을 볼 수 있었고, 이들에게도 따뜻한 환경만 주어진다면 변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도 늦잠 자는 아이들을 깨워서 학교에 보내고 칭얼대는 아이들을 달래기도, 혼내기도 하며 매일매일을 보낼 것 같아요. 여전히 전쟁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겠지만 아이들이 있기에 또 제가 있는 거니까 함께 씩씩하게 전쟁터를 헤쳐 나가야 하겠죠.”

그는 “올해도 많은 위기와 고난이 있겠지만, 견고한 아이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잃지 않고 지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새해 소망을 전했다.

▲ 수지침봉사 울산월평초 윤진섭 교사

◇“마음까지 어루만져 드립니다” 심리학, 약초공부 시작

여름이 막 시작될 무렵 소개된 ‘허준’ 선생님 월평초 윤진섭(46) 교사의 발걸음은 더 바빠졌다.

매달 한두차례 수지침 봉사활동을 하는 곳이 기존 울산양로원과 연화노인요양원에서 인근 주간보호센터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심리치료를 위해 시작한 심리학 공부도 최근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아픈 것은 마음 속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결국 아픔을 어루 만진다는 것은 마음을 만진다는 의미죠.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셈입니다.”

그 노력이 변화를 가져왔다고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왜 아이들이 이런 행동을 할까’하고 이해하기 힘들었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내가 이 아이를 위해 어떻게 해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그런 윤 교사도 아직 어르신들의 마음에 다가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굳어져버린 어르신들의 마음은 아이들과 다르더라”며 “그저 어르신들 손 한번 더 따뜻하게 잡아주고 최선을 다해 마음을 꾸준히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무료로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해주는 것이다. 수지침 시술 자격증을 취득하고 심리학을 배우고 또 최근에는 약초 공부까지 시작한 그의 공부는 그 밑거름이 되고 있다.

‘허준’ 선생님에겐 되돌아본 2015년도, 다가오는 2016년도 ‘건강’이다.

“2015년은 아쉬움과 뿌듯함의 한해였습니다. 먼저 손을 내밀었다면, 좀더 보살펴드렸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던 주변의 이들을 안타깝게 떠나보낸 해이기도, 건강을 회복한 분들에게 듣는 고맙다는 말이 행복해지는 해이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칭찬 주인공들의 새해 소망은 한결같다. 나와 내 이웃들이 행복해 지는 것이다. 앞으로도 지금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나로 인해 더 많은 이웃들이 행복해 질 수 있기를 바랐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아침마다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2016년 한 해도 아름다운 우리 이웃들의 따뜻한 이야기 ‘칭찬합니다’는 계속된다.

양희은·강은정·주성미·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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