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입학사정관제도
대입제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입학사정관제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9.0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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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늦은 봄 기말고사로 분주한 학교캠퍼스에서 한 여학생을 만났다. 그 학생은 미국 동부에 위치한 명문사립 브라운대학교를 졸업하고 풀브라이트의 지원을 받아 연구차 한국에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 마침 한국과 미국 대학의 학생선발제도의 비교연구를 수행하고 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그 학생의 대학진학경험에 대해 물어보게 되었다.

그 학생에 따르면, 자신의 고등학교 GPA는 4.0만점에 3.7정도였고, SAT도 보통 수준의 성적이었으나, 자신이 지원한 대학 10곳 중 한 곳를 제외한 모든 대학에서 입학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지원한 대학들은 미국 최고의 명문 사립대들이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이 학생의 학업성취도 수준은 우수하지만 아이비리그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GPA나 SAT성적과 비교해보면 평균 정도 수준이었기 때문에 입학허가를 받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느냐고 물어보게 되었다. 그 학생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비록 만점에 가까운 GPA나 SAT성적은 아니었지만, 최고의 명문대학에서 입학허가를 받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어요. 제가 지원한 대학들은 어느 정도의 학업성취도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더 이상 이에 연연하지 않고, 학생의 정성적인 능력들에 대해 관심을 두고 평가하고자 했기 때문이지요. 앞으로의 학업과 삶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극복력,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창의력, 실천을 일구어내는 리더십 등이 바로 그 능력들이지요. 이것들이 바로 학생의 잠재력 또는 비교과적 역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안타깝게도 한국은 시험점수가 학생선발의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일, 제가 한국 대학에 지원했다면, 상위권대학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 같아요.”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2009학년도 대입에서부터 시범대학 10개교를 중심으로 입학사정관제도를 실시하여 학생의 학업성취도 뿐만 아니라 잠재력들을 학생선발에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0학년도 대입에서는 40개교로 확대하는 추세이다.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한 선발이 시도되는 것은 기존의 점수에 편향된 선발(정량적 평가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고, 정성적 평가를 포함한 2차원적 접근을 통해 지식정보화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에서는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해서 지원자의 지적 역량과 비교과적 역량에 대한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여 학생을 선발한다. 실제로 세계 최고의 명문 사학 중 하나인 MIT는 지원자의 ①학업성취가능성, ②지원자의 됨됨이와 인성, ③눈에 띌만한 열정·활동 및 성과 등을 학생선발에서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미국에서 지적역량에 대한 평가는 지원자의 고교성적이나 한국의 수능과 유사한 SAT점수를 주로 활용한다. 반면 비교과적 역량에 대한 평가에서는 특별활동경험이나 사회경험들을 활용하게 된다. 특히, 지원자의 고교성적을 평가할 때 지원자의 사회경제적인 요소들을 고려하여 그 성적을 반영하고자 노력한다.

한국에서도, 수시모집이 활성화된 이후로 교과영역과 비교과영역을 고려하여 지원자의 인지적 역량과 비교과 역량에 대한 평가를 하고자 꾸준히 노력해오고 있었다. 대학에서는 학생선발의 전문가적 소양을 갖춘 입학사정관들을 확보하고, 정성적 평가에 대한 객관성 확보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정성적 측면을 평가하다보면 정량적 평가에 근거한 학생선발시스템에 비해 객관성이 다소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득실을 종합하고 변화된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 입시제도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며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한 선발이 그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김미현 연세대학교 입학사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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