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와 문화예술 교육
문화도시와 문화예술 교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2.0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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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孔子)의 문하에는 3천여명의 제자들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런 공자였지만 아들의 교육은 직접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자는 집 뜰을 지나는 아들 백어(伯魚)에게 시(詩)를 배웠느냐고 물어보고 나중에는 예(禮)를 배웠는지를 물어봤다는 일화가 논어(論語)에 실려 있다.

이를 ‘뜰에서의 가르침’이라는 뜻으로 정훈(庭訓)이라고 이른다. 정훈은 공자가 시와 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과문(寡聞)한 기자로서는 공자가 예를 강조한 것까지는 쉽게 수긍할 수 있겠지만 시를 강조했다는 대목에서는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유학(儒學)에서 시경(詩經)은 필수 교과서이기도 하다. 또 유학에서는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를 육예(六藝)라고 해서 필수 과목으로 삼았다. 여기서 악(樂)은 음악을 말한다.

유학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이 땅에서 정학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유학에서도 문화예술은 중요한 교과목이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대의 학교에서 문화예술 교육이 소홀해진 것이라는 느낌이다. 전공자들에 대한 교육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 학생들의 교양교육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공자 교육은 올해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자를 배출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기자는 교육의 현장에 있지 않기 때문에 요즘의 학교 실태를 잘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기자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면 아쉬움이 많다.

문학은 국어 과목에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시나 소설, 수필 등의 창작과 감상은 문법이나 음운학, 문학사, 독해 등에 비해 소홀히 다루어졌다고 생각된다. 평가도 주로 사지선다형 문제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고등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에게도 글쓰기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음악과 미술도 감상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오케스트라에 쓰이는 악기들은 실물로 보지도 못했으니 그 음색을 들어볼 기회는 아예 없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할 기회도 당시에는 거의 없었다.

일반 학교에서 문학이나 음악, 미술을 전공하게 되는 학생은 어디까지나 소수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감상자 즉, 문화의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일반 학교에서의 문화예술 교육은 감상법에 비중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울산시도 ‘품격있는 문화도시’를 시정비전으로 내걸고 있다. 물론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연주자 또는 창작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의 공연과 작품을 감상할 관객이 문화도시의 토대를 이루는 것이다. 소비가 있어야 공급이 창출되는 법이다.

문화도시를 위한 단기적인 정책도 필요하겠지만 장기 과제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문화예술 교육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축구와 야구가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그에 비해서 영국에서 인기가 있는 럭비나 미국민들이 열광하는 미식축구의 저변은 취약하다.

한국에서도 축구에 대한 관심은 남녀에 차이가 있다. 한국 남자들이 외국에서 벌어지는 축구 중계를 보기 위해 밤잠을 설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릴 때부터 많이 했고 또 보았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이 문화예술의 감상법을 제대로 배우고 충분히 감상하며 자란다면 훌륭한 관객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렇게 성장한 시민들이 문화도시 울산의 튼튼한 뿌리가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문화도시 울산을 위한 확실한 장기정책은 문화예술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다.

<강귀일 취재2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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