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참. 시(詩)는 아무나 쓰나?
허, 참. 시(詩)는 아무나 쓰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2.0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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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랑은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만남의 기쁨도 이별의 아픔도 두 사람이 만드는 것인데 혼자서 웃고, 울어서 사랑했다고 할 수 있는가?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의 서로 간에 끌림이 있어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떨어지기 싫고, 만져보고 싶고, 소곤거리는 숨소리도 듣고 싶고, 가슴 두근거리는 것이 사랑인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과의 사랑에는 생리적으로도 상호작용이 있어야 하지만 더 사람다운 사랑은 심리적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심전심이 이루어져야 한다. 혼자서 잠 못 이루며 가슴을 움켜쥐는 것은 짝사랑이다. 필자도 이런 짝사랑을 십대에, 삼십대에, 그리고 오십대에도 했으니 다른 사람들도 했을 것이라고 위로를 삼는다. 누가 나를 짝사랑하고 있는 줄 알면 그것은 싱거운 헛사랑이다. 짝사랑은 상대방이 모르고 있어야 애틋함으로 가슴이 조려진다. 지금 어느 정치꾼이 헛사랑을 하고 있다.

현 국회의원 노영민, 그는 대학시절 운동권 학생, 과거 대통령 후보 문재인의 비서실장 출신이 시인(詩人)이 되겠다고 시집(詩集)을 내었다. 그러나 그에게 사랑을 아무나 하지 못하듯이 ‘시를 아무나 쓸 수 있나?’ 물어보고 싶다. 아마도 ‘그럼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정치적인 답변을 할 것이다. 그러나 미당 서정주 시인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그거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데요. 부끄럽습니다만 나의 시, ’국화 옆에서’의 둘째 절,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에서 ‘또’가 나올 수 있는 목매임이 저 목구멍 너머에서 꿀꺽하고 나와야 시를 쓸 수 있습니다. ‘농무(農舞)’로 유명한 신경림 시인도 그의 시 ‘파장(罷場)’에서 ‘못 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로 농민의 흥겨움이 ‘얼굴’, 주름지고 검게 그을은 데다가 잔주름이 그물망처럼 깔려 못 생겼어도, 진짜로 ‘해맑은 웃음’, 앞니가 빠져 합죽이가 된 얼굴에서 퍼져 나오는 그 얼굴이 바로 자기 얼굴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 있어야 시를 쓸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시인(詩人)은 부끄럼을 잘 타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다. 하얀 거짓말, 순전히 상대편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거짓말도 그것이 거짓말이기 때문에 부끄러워 얼굴에 금방 표시가 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의 시가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부끄럼을 잘 타는 사람으로 시인 천상병이 있다. 그는 살아생전 이웃하는 친구들에게 약간의 폐를 끼쳤지만 일부 속물근성의 영악스런 친구들이나 그를 피했지 거의 모두가 그의 거짓 없음을 부러워했다. 그는 ‘귀천(歸天)’에서 부끄럼을 무릅쓰고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깜깜하고 겨울이면 엄청 차가울 저 땅 속 말고) 새벽 빛 와 닿으면(되창으로 흘러들어오는 반가운 밝은 빛이 비치면)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우주가 담겨있는 이슬방울을 손잔등에 털어가며)…’가 귀천하는 어떤 무서운(?) 기분을 소풍을 갔다가 집에 돌아와 자랑삼아 떠들어대는 기분을 간직하고 싶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소망으로 말하고 있다. 유명 상과대학을 나왔으나 배고픈 시인으로 살다가 귀천했다.

노영민 국회의원에게 ‘시는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닙니다.’고 충고해주고 싶다. 당신은 아들이 미국의 시카고 대학에서 공부하다가 고향의 다른 지역구 국회의원의 비서관으로 잠시 들어간 것을 아무 것도 아니고 오히려 손해 보는 것으로 넘겼는데 어느 시인이 이런 짓을 했는지 묻고 싶다. 시인은 말맛을 가장 잘 느낄 줄 알아야 하고, 남들은 미쳐 못 보고 있는 세상사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정확하게 볼 수 있어야 하고, 끝으로 자신의 속물근성이 발동하려고 하면 이를 가장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80이 넘어서도 시를 쓸 수 있다. 알았오?

<박해룡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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