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가? 한국인가?
일본인가? 한국인가?
  • 강귀일 기자
  • 승인 2015.11.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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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코리아타운
▲ 오사카 이쿠노 코리아타운에 서 있는 쿠다라문(百濟門). 예전에는 조선시장이라 불리던 곳이다.

코리아타운은 지구촌 곳곳에 있는 한인 밀집지역을 말한다. 일본 오사카(大阪)에도 코리아타운이 있다. 오사카 이쿠노(生野) 지역은 도쿄(東京) 신오쿠보(新大久保)와 함께 일본의 양대 코리아타운이다.코리아타운에는 자연스럽게 한인상가도 형성되기 마련이다. 오사카 이쿠노에는 모모타니(桃谷) 지역에 한인상가가 자리 잡고 있다. 조선시장이라고 불리던 이곳은 요즘 특별히 ‘코리아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일본 속의 한국

서울의 지하철 2호선처럼 오사카 주요지역을 순환하는 전차노선이 JR오사카 환상선(環狀線)이다. 오사카 이쿠노 코리아타운은 이 노선의 모모타니역과 쓰루하시(鶴橋)역의 중간 지점에 있다. 이 지역을 지나는 강인 히라노가와(平野川)변 모모타니 3정목(丁目)과 4정목, 5정목에 걸쳐 있다.

한국식 반찬가게를 비롯해 한복집, 떡집, 한식당 등이 즐비하다. 반찬가게에서는 배추김치를 비롯해 깍두기, 열무김치. 물김치, 총각김치 같은 김치류는 물론 멸치젓, 새우젓, 깻잎절임, 콩자반도 살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콩나물과 고사리, 깻잎, 상추, 풋고추, 마늘, 배추, 무, 고추가루 같은 식재료도 팔고 있다.

한식당에서는 일본에서 야키니쿠(燒肉)라고 하는 불고기와 비빔밥, 냉면, 삽겹살 구이, 갈비탕, 육개장,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김밥 등이 메뉴로 올라 있다. 한국에서 들여온 뚝배기와 냉면그릇, 숟가락, 젓가락 같은 것을 파는 가게도 있다.

제주도 출신 동포들이 많은 이곳에는 제주도식 삶은 돼지고기를 파는 가게와 옥돔을 말려 파는 가게도 쉽게 볼 수 있다.

떡볶이, 호떡, 부침개 같은 길거리 음식도 인기가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형성된 한인촌

이 지역에는 일제강점기부터 한인들이 모여들었다.

1921년부터 1923년까지 벌어졌던 히라노가와 확장공사 현장에 조선인 노무자들도 모여들었다. 이 공사가 준공되면서 이 지역에 들어선 공장에도 조선인 노동자들이 몰려들었다.

1923년부터는 제주도와 오사카를 연결하는 직항로가 개설되면서 기미가요마루(君が代丸)라는 정기연락선이 취항해 제주도 출신 노무자들이 대거 진입했다. 그래서 지금도 이 지역에는 제주도 출신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다.

한인 밀집지역이 형성되면서 조선시장도 생기게 됐다. 일본인들의 시장 뒷골목에서 김치 등을 팔던 조선인 상인들은 점차로 일본인 상인들을 밀어내고 중심상가로 나오면서 조선시장을 만들어 나갔다.

태평양전쟁이 끝나면서 이곳의 조선인들은 고국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두 돌아가지는 못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곳에서 눌러 앉게 된 조선인들이 새로운 코리아타운을 형성했다. 해방후에 제주도에서 4·3사건이 발생하자 제주도 사람들이 다시 이곳으로 숨어들었다.

어느 택시 기사는 이곳을 일본 야키니쿠의 발상지라고 가르쳐주기도 했다. 야키니쿠 가게는 이제 일본 전역에서 성업중이다. 재한화교들이 짜장면을 남겼다면 재일한인들은 야키니쿠를 남긴 셈이다.

▲ 이곳에서 ‘야키니쿠’라 불리는 불고기 식당 내부.

-일본인들이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곳

2015년 9월 1일 기준으로 오사카시 이쿠노구의 등록인구는 약 13만명이다. 이 가운데 한국·조선인으로 분류된 사람이 약 2만5천명이다. 한인 비율이 약 19% 정도이지만 여기에 일본으로 귀화한 동포들과 단기체류자들까지 포함하면 한인 비율은 더 올라간다. 이곳의 한 동포는 한인밀집률이 높은 모모타니, 쓰루하시 지역의 한인 비율은 40%를 웃돌 것으로 추산했다.

조선시장은 1993년부터 코리아타운이란 이름으로 알려졌다. 시장입구에 쿠다라문(百濟門), 고코토리중앙문(御幸通中央門)이 한국전통양식으로 세워졌다.

2002년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최한 월드컵으로 이 지역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진 한류붐으로 오사카 코리아타운은 단숨에 일본 전국에 알려졌다. 지금은 일본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각종 학교나 단체에서 한국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초등학생들이 교사의 인솔로 이곳에서 현장학습을 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 한국식 반찬가게. 배추김치, 열무김치, 총각김치, 물김치, 어리굴젓 등이 진열돼 있다.

-‘뉴커머’들도 자리잡아

이곳 코리아타운에는 1980년대 이후에 이주한 한인들도 적지 않다. 이들을 원래의 재일동포와 구분해 ‘뉴커머’라고 부른다.

코리아타운이 뉴커머들에게도 좋은 정착지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 음식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바로 한식당을 차릴 수 있다. 김치 같은 한국 반찬을 만들어 팔아도 되고 호떡을 구워 팔아도 된다.

이곳은 오사카의 한국인 유학생이나 단기 체류자들에게도 좋은 거처가 되고 있다. 한국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곳이어서 일본생활에서 겪어야 되는 불편을 상당히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일본 속에서 자리 잡은 코리아타운의 풍경은 한국인들에게도 흥미롭게 보인다. 글·사진 강귀일 기자

▲ 고급 한복집 진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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