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문화예술 활성화’의 전제조건
‘양산 문화예술 활성화’의 전제조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1.1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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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 눈을 봐도 고향 눈이요/두 송이 눈을 봐도 고향 눈일세/끝없이 쏟아지는 모란 눈 속에/고향을 불러보니 고향을 불러보니/가슴 아프다~(故鄕雪/백년설)” 이 노래는 출향인이 타향에서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대변한 노래다. 한국인의 고향은 외국인의 홈타운(hometown)과 정서적으로 차이가 있다. 외국인은 사는 곳이 고향인 반면 한국인은 태어난 곳을 고향으로 인식하기 마련이다.

나는 고향을 항상 생각한다. 양산은 필자가 태어나고 여덟 살 때 떠난 고향이다. 다행히 고향 떠난 52년 만에 양산학춤 예능보유자인 아버지 김덕명의 대를 이어 양산이 문화예술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었다. 양산문화원 이사 겸 양산문화원 부설 문화예술연구소 회원으로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양산문화원 부설 문화학교에서 ‘양산학춤’을 지도하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양산시민은 현재 문화예술에 대한 안목이 매우 높고, 양산시도 시민의 달라진 눈높이에 맞춰 문화예술 활성화에 전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양산문화원 공연장에서 양산문화원이 주최하고 부설 양산향토사연구소(소장 김용규)가 주관한 ‘양산 향토사랑 운동 범시민대회’가 열렸다. 박정수 양산문화원장은 앞으로 양산문화원이 나아가야 할 ‘양산문화원 5대 비전’을 발표했다. “▲첫째, 우리 고장 향토문화유산 사료 조사와 발굴, 보호, 발표 및 토론회 개최로 향토문화 역량을 강화한다. ▲둘째, 반출 유물 환수 운동을 적극 추진한다. ▲셋째, 문화소외계층이 없도록 찾아가는 문화 활동을 펼친다. ▲넷째, 일회적이고 단기적인 사업은 지양한다. ▲다섯째, 전통 문화의 보존, 계승, 발전에 앞장선다.”

이는 시대의 흐름과 문화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잊혀져가는 전통문화는 물론 향토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문화융성의 길을 열어 가려는 바람에서였을 것이다. 바꾸어 말해 지역문화 가치의 재발견·창출을 통해 누구나 향토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애향심을 고취하려는 것이 이번 운동의 취지라는 것이다. 그 지역 역사가 곧 향토사인 만큼, 양산시민이 양산의 역사를 바로 알면 애향심과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는 신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양산 태생인 필자도 양산문화원 이사와 문화예술연구소 회원 자격으로 참여했고, ‘양산 역사와 문화의 가치성’을 주제로 특강도 베풀었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양산시 하북면에 있는 ‘스페이스 나무’ 세미나실에서 제1차 ‘양산지역 문화예술의 콘텐츠와 전망’이라는 주제 아래 첫 학술대회가 열렸다. (사)아트스페이스 나무(이사장 전수열)가 주최하고, (주)스페이스 나무가 후원한 뜻있는 심포지엄이었다. 양산에서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어서 그 의미는 매우 각별했다. 필자도 양산문화원 추천으로 ‘양산지역 문화예술의 역사와 특성’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섰다. “‘국지대찰 불지종가’로 일컬어지는 통도사는 일반적으로 ‘양산 통도사’로 불릴 만큼 양산과 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양산시와 통도사 대중은 통도사의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시민정서 함양의 수단으로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내용이 요지였다.

현재 양산시는 인구 30만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시민이 많아야 문화의 다양성이 나타나고, 전문적 인재가 많아야 그 지역 문화의 품격(quality)이 올라간다. 전문가에 의해 잠재된 문화요소가 새로 발굴되고 새로운 문화적 창작 활동도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독창적 지역문화의 상품화에 대한 관심과 실천은 그 이후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의 작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경제적 시각의 접근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엿볼 수 있다. 양산도 이제 서서히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안목이 높아지고 있다. 그 일에 양산문화원이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양산! 문화예술 활성화에 대한 전제조건’ 두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양산정신’이 중심에 자라 잡아야 한다. ‘양산정신’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가 쉽지는 않다. 예를 들어 ‘양산 부산대학교병원’ 하듯이병원 이름에도 ‘양산’을 앞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양산통도사’, ‘양산학춤’에서 양산은 양산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디스플레이(display=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동원대학교’는 본디 교명 ‘양산대학교’로 복원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인정보다 인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속담에 ‘아주머니 술도 싸야 사 먹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명분이 분명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속담을 양산 문화예술계에 비유하자면, 양산의 자칭 문화예술계의 몇몇 인사는 인재보다 인정에 치우치는 경향이 짙은 느낌이다. 출향인보다는 고향인을, 서먹서먹한 전문인보다는 만만한 비전문인에 대한 친화력이 높아 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이러한 자칭 ‘양산 문화예술인’의 마음가짐은 ‘통도사학춤’과 ‘양산학춤’ 등 두 가지 학춤이 전승되는 주요 지역인 양산을 오히려 우수마발(牛?馬勃)로 폄하시키는 행동을 스스로 자행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손자 입에 밥 들어가는 할아버지의 마음’이란 옛말과 같이 고향 양산의 문화예술이 올곧게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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