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국에 너무 솔직(率直)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에 너무 솔직(率直)하고 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1.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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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국에 너무 솔직(率直)하고 있다

우선은 우리가 그들을 알려고 한다는 모습부터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 속으로는 철저하게 그들의 언행을 분석하더라도 진정성을 담은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안 된다. 의뭉스런 사람에게는 그 사람보다 더 의뭉스러워야 그를 이길 수 있듯이,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는 저들에게 알려고 덤비는 모습을 성급하게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얼마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을 만났을 때도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조자룡을 어렸을 때 좋아했다는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았어야 했다. 오히려 요즈음 간자체(簡字體)도 아닌 카드 ‘카’(上자 밑에 下를 붙여 쓴, 카드를 긁을 때의 행동, 위에서 아래로 카드를 긁는 모습을 뜻과 함께 나타낸 최근의 문자, 옥편에도 나오지 않는 표의문자)의 기발함에 관한 칭찬이 속을 보여주지 않는 예가 된다.

이런 주장의 근원적 바탕에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의 병법(兵法)이다’는 가장 비논리적인 사고가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말은 유명한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보다 4차원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논리적으로 ‘이긴다’는 말은 어떤 형태로든지 싸웠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싸우지 않고 이겼다는 말은 1차원적 인과관계만으로 분석하려들면 모순에 빠져든다. 지금 시진핑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전승부쟁(戰勝不爭)하려고 전 세계에 웃음만 보내고 있다. 우리가 사드(THAAD)를 배치하느니 마느니 할 때, 중국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 여기에 딱 맞는다. 그래서 ‘이긴다’는 말뜻을 여기서 새겨볼 필요가 있다. 첫째가 ‘져주는 것인 이기는 것이다’라는 말뜻을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다. 이 말은 시간을 기준으로 지금은 져주었지만 장차 이길 것이라는 뜻임을 확인해두어야 한다. 특히 이 말을 인간관계에서 자주 쓰는데 ‘작은 것은 먼저 양보하고, 즉 져주고 다음에 더 큰 것에 이겨서 ‘꼭’ 차지하라’는 경구(警句)이다. 둘째는 물리적 계산으로 손해보고 파괴된 것만 갖고서 졌다는 포기와 체념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처음에 손해 보았고 파괴되었어도 싸우려는 마음이 더 커지고 강하게 되었으면 바로 그것이 이겼다는 것이다. 끝으로 어떻게 이기느냐는 것은 따지지 않는 것이다. ‘져도 정정당당하게 진다’는, 어찌 보면 멋있어 보이는 이 말은 비극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결과는 묻지 않는다는 초현실적 가치관이 이기고 지는 판에는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싸웠으면 변명 없이 이겨야 하는 것이 중국 사람의 속내이다.

엊그제 대만 총통이 중국의 주석을 만났다. 지금 대만은 같은 한자이지만 번체(繁體)를 쓰고 있고, 중국 내륙은 약 60여 년 전 모택동 때부터 간체(簡體)를 개발해 쓰고 있다. 이 간체로 쓰인 환영사와 환영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대만은 문자적 위세에 눌렸다. 본토가 싸우지 않고 이긴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한자를 쓰고 있는 한자문화권에 들어있는데 저들 중국공산당이 간자체를 개발, 제정하는 과정에 한번이라도 서로 협의하자고 제의한 일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 물론 모택동이 천하를 통일하고 공산당 정권을 세웠을 때, 중국의 문맹률이 80%이었던 것을 보고 고민하여 개발한 것이 오늘의 간자체이다. 아마도 모택동이 천하의 일부인 한반도, 중국에 매달리다 시피 붙어있는 조선은 한글을 사용하여 거의 100% 문자해득이 되는 것에 속으로는 얄미웠을지라도 의뭉스럽게 내색하지 않고 간자체 개발을 명령했을 것이다. 그것을 지금까지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 2800간자를 가르치고, 사용하고 있다. 하긴 일본도 자기들이 개발한 약자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만 일본의 약자를 빌어다 쓰며, 아직 간자체는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도 아주 조용히 지혜를 짜내어 싸우지 않고 이기는 한자 활용 방안을 검토해볼 때가 되었다. 카드 카자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박해룡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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