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연습, 그 이후
금연 연습, 그 이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1.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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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禁煙)이란 ‘연기를 금하는 것’ 즉 즐기던 담배를 어느 날 갑자기 뚝 끊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끊을 수 없는 것이 흡연 습관이다. 강한 중독성 때문이다.

그래도 전문가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경고한다.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고. 얼마 전 햄과 소시지 등 가공육 제품을 발암(發癌)물질에 포함시켜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석면과 함께 담배를 부동(不動)의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기를 즐긴다.

애연가(愛煙家)들은 그래서 결심을 한다. 1년에 몇 번이고 되풀이하기도 한다. 바로 ‘금연 연습’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나긴 해도, 그 시작 시기는 양력 정월 초하루일 때가 의외로 많다. 여러 가지 이유로, 실은 마음이 약해서겠지만, 시발점으로 삼은 양력 새해 첫날이 실패로 돌아가면 음력 정월 초하루(설날)을 새로운 기점으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설날 분위기가 어디 금연의 시작을 호락호락 허락한 적이 있던가? 그도 여의치 않으면 금연 연습은 어느 달 초하루가 되기도 하고, 때론 양력 혹은 음력 생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는 보나마나다. 으레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기 일쑤다. 호기 좋은 결심은 끝내 ‘사흘의 문턱’ 앞에서 주저앉고 만다. 그 강한 중독성이 ‘사나이 굳은 맹세’에 흠집을 내기 때문이리라.

‘강한 중독성’으로 치자면 고전적 의미의 향정신성(向精神性)의약품 ‘메스암페타민(일명 필로폰·히로뽕)’을 빼놓을 수 없다. 한때 부산 민락동을 중심으로 활개 치던 ‘히로뽕의 대부 이황순’ 이야기는 부산 경찰 사이에 아직도 꺼지지 않는 전설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독성이 강하다고 모조리 금지 대상이 되란 법은 없다. ‘필로폰’은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제재라도 받지만 담배만은 결단코 그런 일이 없다. 국부(國富)의 원천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참으로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엽연초(葉煙草) 재배 단계서부터 ‘경고’ 또는 ‘금지’ 팻말을 내걸어야 옳다.

하지만 관련부처 공무원이 입 밖에 그런 소리라도 냈다면 ‘모가지가 열이라도’ 성치 못할 일이다. 금연을 유도한답시고 엄청나게 큰 폭으로 담뱃값을 올렸지만 흡연율은 여전하다니 두고두고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혹자는 정부의 그런 짓거리를 비꼬아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몰아붙인다.

필자가 47년 역사의 흡연 습관을 내팽개치고 ‘금연 연습’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 9월 30일부터다. ‘심심풀이로’ 시작했지만 결과는 뜻밖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만 1년 하고도 2개월째이니 ‘연습’ 딱지는 이제 떼어도 될 성싶다. 금연(禁煙) 결단이 신념으로 굳어버린 탓이다.

이른바 ‘요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따금 걱정이 되살아나는 때가 있다. 담(痰)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좋아지려면 담배 끊은 지 한 1년은 넘어야 할 겁니다.” “아니 10년은 기다려야 할 걸요.” 의견이 분분한지라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조제 잘 하기로 유명한 동네약국 여 약사의 의중을 타진했다. “아마 5년은 기다리셔야 할 거예요.”

우연히도 그 다음날, 흡연 후유증이 말끔히 가셨다는 ‘금연 선배’ S씨(60대)의 체험담에 귀가 솔깃했다. 울산의 저명인사인 그의 금연은 올해로 어느덧 6년째. “호흡이 편하고, 식욕이 좋고, 두통이 사라졌지요. 지금이야 별 쓸모가 없지만 거시기도 아침에…. 무엇보다 건강에 대한 자신감, 해냈다는 성취감이 제일 큰 보람이겠지요.”

담배가 백해무익이 아니라는 믿음은 여전하다. 김장감 풀어주는 건 분명하니까. 그래도 지인들에게 권하고 싶다. “금연 연습, 당장 시작하시라”고. 내친김에 정부에도 한 마디 하고 싶다. 담뱃갑에 ‘혐오그림’이나 그려대는 위선적(僞善的)인 정책은 제발 그만두시라고.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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