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어린선생님]한 시간 수업을 위하여 열 시간을 준비한다
[열정어린선생님]한 시간 수업을 위하여 열 시간을 준비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9.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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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성여자고등학교 이종대 교사
정말 면담 약속을 받지 않고 학성여고를 두 번째 찾았다. 처음은 지난 봄에 장건 교사를 면담하러 갔었고, 이번은 이종대 교사를 불시에 찾았다. 아무래도 면담을 사양할 것 같아서 반강제로 만났다. 역시 완강하게 사양했지만 강하게 설득하여 말문을 열었다.

이종대 교사는 교단에 선지 올 해로서 30년이 된다. 경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진학하게 된 아주 소박한 계기가 있었다. 이 교사가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인데 부친께서 한자로 된 시조를 읊고, 외우도록 하였다. 뜻도 모르는 시조를 외면서 짜증스럽고 귀찮기도 했지만 문학적 분위기를 어려서부터 감지(感知)하게 되었고, 이것이 국어공부에 빠지게 하고, 당연히 학교 성적도 좋아지게 되었다. 더 커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제 나라 말을 더 알아야 하겠다는 학자적 꿈과 함께 애국심이란 자기 나라 말을 바르게 사용하는데서 길러지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게 되어 고집스럽게 국어교육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담임교사의 진학지도 영향도 많이 받았음은 물론이다.

지금도 이런 신념은 변하지 않아 둘레의 동료 교사들이 이 교사를 열정어린 선생님으로 추천하는 것이다. 바로 교재 연구의 학자적 탐구심이 어찌나 강한지 동료 교사들이 감탄하는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참고서를 비교, 대조하여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게 단원의 내용에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더구나 익명을 요구하는 동료 교사의 말에 의하면 이렇게 준비하여 과거 수업에 활용했던 참고내용을 다음 학기에 기계적으로 반복하지 않고 매학기, 매시간 수업에 들어가는 소재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만큼 교과연구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연구를 해야 하는 대학의 교수도 이종대 교사처럼 교과연구에 충실한 사람은 드물다. 외형만 교수로서 거룩한 모습만 들어내고 다른 사람한테도 이런 위선적인 행동을 강요하는 사이비 학자가 있다. 안타까운 것은 형식에 매달리는 학교경영자의 인식이다. 학교마다 형식적으로, 획일적 만들어진 학습지도안의 경직성이 문제가 된다. 교과마다, 개인마다, 학교마다 학습지도안의 틀이 다를 수 있음을 교육운영 책임자들이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자기가 가르치는 교과연구에 게으른 교사들이 학습지도안 작성이 귀찮아 트집을 잡는 경우도 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는가? 구체적인 학습지도안 내용의 불충실을 장학지도를 통해 걸러낼 수밖에 없다. 이종대 교사는 ‘교안’은 군대식 용어이고 ‘학습지도안’이라고 필자의 무식함 바로 잡아주었다.

이 교사는 교직의 보람을 공부 잘 한 학생이, 속된 말로 출세한데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수업자체가 보람된 일이라고 한다. 자기한테서 배운 학생이 사회에 나가 어떤 일이고 열심히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보람이라고 한다. 차원 높은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문득 문득 기억되는 학생이 하나 있는데 15년 전에 수업일수가 모자라 퇴학(자퇴 형식을 빌었지만)당한 학생이다. 그렇게 구제하려고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아 법적으로 졸업을 못 시킨 일이었다. 집안이 가난하여 생계해결이 최우선이었던 학생이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이 교사는 자신이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가슴 아파하고 있다. 이 교사는 미남, 하드웨어도 좋고, 고운 심성, 소프트웨어도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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