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집안 일’이 아닙니다
더이상 ‘집안 일’이 아닙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0.22 2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집 애, 내가 뭐라하는 데 무슨 상관이야?”

아동학대 사례를 맡게되는 이들이 가장 자주 듣는 말이라고 한다.

‘어린이집 학대’, ‘학대 돌보미’, ‘폭력 교사’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디 세상 무서워서 애 못 맡기겠다.” 하지만 막상 아동학대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동학대의 절반 이상이 가정 내에서 이뤄진다.

올 상반기 울산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사례 134건 가운데 73.9%(99건)가 피해 아동의 가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학대행위자의 가정에서 이뤄진 사례도 5건, 친인척의 집에서도 5건의 학대가 발생했다.

어린이집에서는 16건, 학교와 학원, 병원에서의 학대도 각각 3건, 2건, 1건으로 나타났다. 학대행위자도 부모인 경우가 107건으로 전체의 79.9%로 가장 많았다.

가정폭력 등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사건사고를 취재할 때면 부딪히는 문제가 있다. 어디까지가 ‘훈육’이고 어디서부터 ‘학대’로 봐야하느냐는 것이다.

얼마 전 한밤 중 남구의 주택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살벌한 다툼이 벌어졌다. ‘공부 좀 하라’는 아버지의 잔소리로 시작된 갈등은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아들은 방문을 걸어잠궜고 아버지는 잠긴 문 밖에서 엔진오일을 뿌리며 흥분했다.

이것은 학대일까, 훈육일까.

초등학교 6학년 때 여름방학 과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엎드려 나무 밀대봉으로 볼기를 맞은 적이 있다. 중학교에 올라갔더니 사물함 위에 걸레질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뺨을 맞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뒤 ‘사랑의 매’가 생겼고, 카메라 기능이 달린 휴대전화가 퍼지면서 선생님에게 맞는 일은 거의 없었다.

사회는 변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변한다. ‘매가 약이다’라는 말이 당연히 받아들이던 때가 있었다. 회초리가 필요할 때가 있지만 그것이 해답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그 구태(舊態)가 아직 집 울타리 안에는 남아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훈육’과 ‘학대’의 경계에 대한 고민이 가정에서,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필요한 때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