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선거구 획정을 주문한다
신중한 선거구 획정을 주문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9.3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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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논의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그 동안의 선거구 획정은 항상 선거를 얼마 안 남기고 졸속으로 이뤄져 왔으며, 그 최종 결과는 변함없이 기존 의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언가 좀 다를까 하는 기대를 약간 하게 된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표의 등가성 원칙을 내세우며 선거구 간 최대 인구 편차 기준을 3대1에서 2대1로 낮추었다. 이를 만족하기 위해서는 기존 선거구의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며, 그 과정에서 많은 농촌 출신 의원의 지역구를 없애야 한다. 이는 단순히 의원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인구 기준을 강조하면 수도권에 비해 지방, 그리고 도시에 비해 농촌 지역의 대표성이 상대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인지 농어촌에 지역구를 둔 여야 국회의원들의 불만이 높다.

실제로 1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농어촌에 지역구 여야의원 10여명은 농어촌 지역 선거구 축소에 반대하며 ‘농어촌 특별선거구’ 설치를 요구하는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 의원들은 농어촌·지방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요구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농어촌·지방은 죽이고 대도시만 살리는 선거구 획정을 결사반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국회의원 공천방식을 두고 여야 간, 계파 간 갈등도 심각하다. 여기에다 국회의원 정수 문제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현실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선거구 획정이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원 정수 확대에 있다. 물론 국민 사이에 널리 퍼진 정치 불신을 감안할 때 의원 정수 확대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의원 정수 확대가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한국의 정치발전과 연계되어 있으며, 또한 이를 통해 지방과 농어촌지역의 대표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정치권, 학계, 시민단체, 언론이 힘을 합하여 국민을 얼마든지 설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의원들은 의원 정수 확대에 매우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의원 정수 확대는 기존 의원들에게는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의원 수가 확대될수록 희소가치와 특권의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에 하나가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다. 이는 특정 후보자나 특정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을 말한다.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주지사였던 엘브리지 게리는 자기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분할하였는데, 그 모양이 마치 전설상의 괴물 샐러맨더(Salamander)와 비슷하여 이를 게리(Gerry)의 이름과 합하여 게리맨더(Gerrymander)라고 불렀고, 이후 이와 같이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을 게리맨더링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여야 당 대표들이 추석 연휴 중 가진 기습 협상에도 불구하고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 혼란을 딛고 획정 안을 만든다 해도 11월 13일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한 해법이 공직선거법에 규정돼 있지 않아 최악의 경우 총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선거구 획정을 둘러싸고 논란도 많지만 일방적으로 어느 당이나 어느 지역에 유리하도록 획정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법의 테두리 안에서 획정되어야 한다. 잘못 획정돼 도롱뇽을 닮은 선거구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신중한 결정을 주문한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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