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조형물을 보며 31 신라기술과 美學의 에밀레종 ②
신라조형물을 보며 31 신라기술과 美學의 에밀레종 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8.31 1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양과 서양의 종(鍾)은 사용목적에 따라 그 모양이나 타종방법이 다르므로 종소리도 다르다.

서양종은 축복과 애도, 그리고 경종과 시간을 알린다. 하부의 종구는 나팔꽃처럼 갑자기 넓어진다. 종신이 좌우로 움직이면 내부에 매달린 철타가 따라 흔들리면서 종벽을 친다. 종체를 좌우로 움직이게 하는 줄은 상하로 당긴다. 노트르담 성당의 꼽추가 연모하던 집시미인을 위해서 줄에 매달린 채로 종치던 영화장면이 상기된다. 또한 필자 초등시절의 ‘학교종이 땡땡 친다. 어서모여라, 선생님이 기다리신다’ 쇠 방울이 치는 종소리에 왁자지껄하며 모이는 학우들의 모습도 스친다. 그런 서양의 종소리는 쇠가 솨를 때려서 내는 고음이지만 멀리까지의 여음은 약하다.

동양 종은 종교상징과 그 부속물인데, 동북아의 한국과 중국, 일본 종들이 전체적으로는 유사하다. 공간에 매달린 목타를 전후로 흔들어서 외부 종벽을 타종하기 때문에 저음이지만 맑으면서도 은은하게 멀리 넓게 파장한다. 그리하여 중생의 생로병사로 인하는 희로애락을 정화하려는 부처님의 메시지가 된다. ‘아, 신라의 달밤이여! 불국사 종. 종소리가 들려온다. 지나는 나그네여,걸음을 멈추어라.’ 한편 필자는 경주 황성 숲 중심부에 있었던 일제강점기의 신사(神祠)종소리를 초등 저학년 시절에 들은 기억도 있다. 그 괴괴하고 적막한 종소리는 한국종의 ‘덩’하는 묵지하고도 넓은 폭으로 길게 여운을 남기는 종소리와는 다른 음색으로 상기된다.

부처의 몸체를 상징하는 성덕대왕신종의 종신은 원만, 완숙한 형태며 이상성의 비율을 이뤘다. 윤곽선은 잡다한 설명적인 자유곡선의 고전성이 아니고, 두 점(点)사이의 최단거리인 기하곡선의 현대성 조형미이다. 통일 후 태평성대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보상당초문양 둘레의 종편 위에는 종을 매다는 용뉴가 있다. 바다의 포로라는 가상 동물인데 우는 소리가 멀리 퍼져나간다고 한다. 그 조형수준은 별개로 하여도 걸작이다. 그러나 지면에서 5m 이상의 높이에 자리함으로 보기가 힘들다. 필자는 기회가 되면 이 용뉴를 현대미로 조형할 계획이다.

그 옆에는 종소리를 맴돌아 나가게 하는 대나무모양의 음부가 신라 종에만 있다. 이 음부에 관한 학계 견해는 단순히 종소리의 기능성으로만 본다. 그러나 그러한 소리기능의 견해는 조형미의 중요가치를 등한시했거나 모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종신상부에 용뉴뿐이라면 종과 종이 포함하는 주위공간은 전체적으로 무미무변 하여진다. 따라서 종신의 조형미가 삭감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뛰어난 소리의 종이더라도 그 모양새가 볼품이 없다면 무관심의 대상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함은 음부가 없는 고려 종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므로 상부의 변화와 균형을 위한 형태미를 조성하고자 음부를 첨가했다고 보면 음부는 결국 기능위주보다 조형성에 치중된 결과물이라고 필자는 추정한다. 고려시대 융성했던 불교 상징물은 기능성을 위주로 했다. 이에 관해서도 점차 서술하겠지만 어찌 신라의 완전한 조형미와 비교될 수 있겠는가? 석굴암의 본존불과 논산 관촉사의 은진미륵불을 비견하면 그 극명한 수준차이로 인하는 결과를 현재도 본다.

종신의 중간쯤 좌우편에 조형되어 있는 대칭한 두 쌍의 공양비천상 사이에는 일신공체(一身空體)와 일승원음(一乘原音)이라는 신종의 모양과 소리의 해설문구가 있다. 현존의 신라 종들 중에서도 공양과 주악의 4종뿐인 비천상은 이웃 중국이나 일본 종에는 없다. 이러한 특색으로 하여금 세계학계에서는 신라의 종을 ‘korean Bell’로 확정했다. 지금이 동트기 전이다. 절의 동양 종소리와 교회의 서양 종소리가 들려온다. <계속>

/ 이동호 조각가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