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가들의 ‘정치공학’이란?
정치평론가들의 ‘정치공학’이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9.2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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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工學, technology)’이라면 금방 연상되는 것이 공과대학의 여러 학과이름들이다. 대표적으로 기계공학이 있고 화학공학, 전자공학, 토목공학, 건축공학, 컴퓨터 공학 등이 떠오르다가 ‘산업공학’으로 끝을 맺는다. 이들 중에서 정치판에서의 ‘정치공학’이라고 하는 분야와 개념적으로 가까운 것이 토목공학과 산업공학이다. 구체적으로, 토목공학에서 강에 두 마을을 연결하기 위한 다리공사 하는 일을 상상하면 정치공학의 긍정적인 면이 잘 나타난다. 산업공학에서는 공장을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한 생산라인의 효율성과 근로자들의 생산성과 복지향상의 관계를 분석하는, 일종의 소프트웨어(컴퓨터의 hardware가 반도체 칩을 일컫는다면 software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를 연구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소프트웨어 개념을 교육학에서 차용(借用)하여 교육공학(敎育工學)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쓰면서 학문적 체계를 갖추려고 분투하고 있다. 한마디로 ‘어떻게 수업을 설계(設計)하고 어떤 수업매체(授業媒體)를 활용하여 보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분야이다. 기초적으로, 목표설정을 하고, 과제분석(課題分析)을 전문적 지식을 최대로 동원하여 깔끔하게 해야 한다. 여기서는 수업목표만 있지 왜 이것을 가르쳐야 할까에는 관심이 없다. 다분히 미국식 사고양식(思考樣式)에서 나온 발상이다. 우리나라에서 보여 지는 특정 단체의 편향된 열정으로 특별한 사상을 주입하는 수업행동(授業行動)은 교육공학적 접근을 오용(誤用)하는 것이다. 수업목표만 있다. 정치공학 역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분야이다. 솔직히 아직 학문(學問, ­cs, ­gy로 끝나는 정치공학을 가리키는 영어의 고유한 낱말이 없다.) 그저 복합어로 political technology를 쓸 뿐이다. 학문의 범주(範疇)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보지만, 이 분야의 원조(元祖)를 굳이 말한다면 군주론(君主論)의 마키아벨리가 될 것이다. 그는 군주론에서 대전제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 선거철이 다가온다. ‘군주’를 정치가도 못 되는 ‘정치꾼’으로 대입시켜도 될 그의 다음 말에서 정치공학이 어떤 꼼수를 제공할 지 생각해볼 내용이다.

‘군주된 자는, 특히 새롭게 군주의 자리에 오른 자는, 나라를 지키는 일에 곧이곧대로 미덕을 지키기는 어려움을 명심해야 한다. 나라를 지키려면 때로는 배신도 해야 하고, 때로는 잔인해져야 한다. 인간성을 포기해야 할 때도, 신앙심조차 잠시 잊어버려야 할 때도 있다. 그러므로 군주에게는 운명과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맞게 적절히 달라지는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면 착해져라. 하지만 필요할 때는 주저 없이 사악해져라.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 나라를 지키고 번영시키는 일이다. 일단 그렇게만 하면, 그렇게 하기 위해 무슨 짓을 했든 칭송 받게 되며, 위대한 군주로 추앙 받게 된다.’

정치꾼들에게 ‘미덕’은 처음부터 없었고, ‘배신’만 머릿속에 꽉 차 있었으며, ‘잔인’했고, ‘사악(邪惡)’했다. 거추장스러워 종교조차 갖지 않고 있던 사람이 여러 종교행사에 엄숙하게 신자인 것처럼 참석해왔으며, 철새처럼 잘 날아다녔다. 그저 추앙(推仰)받기만 바라는 엉큼한 철면피들이다. 정치가는 철학이 있지만 정치꾼은 탐욕만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정치공학은 모든 꼼수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를 짜내는 사람들의 잔머리굴리기이다. 감시카메라(몰래 카메라 포함)와 녹음기 유무를 확인하고, 꼭 현금만 사용하며, 선거철에만 머리와 허리를 엄청 조아리는 사람들이다. 갑자기 종친회, 동창회, 향우회, 생선회까지 동원하며 투표소에 들어간 유권자의 5초를 노린다. 지금 정치판은 당선되기만을 목표로 하는 정치공학적 수단에 갇혀있다. 여기서 벗어나는 일은, 한 명의 도둑을 열 사람이 못 막는다는 체념이 아니라 그 도둑의 프로파일분석으로 한 표를 결정하는 것이다. 누가 프로파일분석을 해줄 것인가? 현재로서는 공정한 언론밖에 없다.

<박해룡 철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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