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군 장교, 경찰관과 내연의 관계를 맺고 이들로부터 군사기밀을 빼내 북한에 유출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항간에 떠도는 소문’으로 여겼던 ‘탈북위장 간첩설(說)’이 실체로 드러난 것이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데 대한 1차적 책임은 지난 10여 년간 대북 안보관을 도외시해 온 역대 정권들에게 있다. 북한 체제를 옹호하고 지지해온 좌경세력과 그 추종자들도 책임이 있다. 반공주의자들을 소위 민족 반역자로 몰아 세우며 북측 찬양에 앞장 섰던 좌파들이 ‘간첩의 온상’을 한국사회에 마련해 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확실해 진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북한의 야욕은 변하지 않았고 지금도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체포된 남파 간첩이 1998년 북한 보위부 공작원으로 교육을 받았고 함께 잡힌 계부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에서 대남공작을 지휘한 거물이란 점이 그 반증이다.
범민족 차원의 지원과 대북안보는 별개란 것도 이번 사건으로 확실해 졌다. 식량부족, 질병, 재난으로 곤경에 처해 있는 북한주민을 돕는 것은 옳다. 그러나 민족이란 명분 때문에 대한민국의 국기를 문란케 하는 행위마저 용납할 순 없다.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이 존립할 수 있는 길은 안보를 통한 통일기반 구축이다. 작금의 안보해이 상태를 치유하는 방법은 자라는 세대의 ‘통일교육’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안보, 통일과목이 필수는 아니라 하더라도 ‘필수 선택’ 정도는 돼도록 고려해야 할 시점이 됐다.
/ 정종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