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문화권력의 병폐, 이젠 치유할 때
울산 문화권력의 병폐, 이젠 치유할 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8.30 2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 영조 때 울산부사를 지낸 권상일(1679~1759) 선생은 그가 초고한 울산 최초의 읍지인 『학성지』(1749)의 서문에서 “…(상략) 내가 보기에, 울주(울산의 옛 이름) 한 고을은 동남쪽이 모두 큰 바다이고 좌우에 둘러싼 것이 모두 명산(名山)과 운수(韻水)이다. 마땅히 그 풍기(風氣)가 매우 빼어나므로 뛰어난 유학자를 태어나게 하고, 뛰어난 유학자와 덕이 높은 선비는 한 고을을 빛내고 나라의 동량(棟樑)을 채워야 한다. 그런데 신라로부터 지금까지 참으로 그런 이가 드무니 어찌 지령(地靈)이 오랜 기간 쌓고 축적하고 기다려서 드러나도록 함이 아니겠는가?”(하략)라고 하였다(성범중 역). 다시 말해 ‘인재가 없다’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이는 조선 영조 때이니까 지금으로부터 무려 260여 년 전의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1997년 7월 울산이 광역시가 된 이후로 중앙정부의 각 부처와 여러 분야에서 울산 출신의 훌륭한 인재들이 얼마나 많이 배출되고 있는가. 또 각자 자기 분야에서 얼마나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가.

그런데 유독 울산의 문화예술계만큼은 변화가 없다고 보아진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한번 자리 잡으면 계속 눌러있고, 아니면 그 자리가 끝나면 또 유사한 자리로 옮겨 눌러앉거나 또는 한 사람이 5~6곳의 자리를 꿰차고 있으니 연부역강(年富力强)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나아갈 자리가 없다고 한다. 게다가 밀어주고 당겨주는 패거리 문화도 형성되어 있다 하니 더욱 슬퍼진다. 이러한 것이 바로 문화권력의 병폐가 아닌가. 이는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유능한 후배들이 문화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그들의 눈치만 살피면서 혹여 불이익이나 돌아오지 않을까, 아니면 흔히들 말하는 여차하면 왕따 당하지나 않을까 하면서 전전긍긍하는 것이 우리 울산지역 문화예술계의 현주소라면 현주소이다. 앞에서 언급한 권 부사의 ‘인재가 없다’라는 말에 덧붙여 말하자면 ‘인재를 키우지 않는 곳이 바로 우리 울산’이라고 식자(識者)들은 입을 모은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줄 줄 아는 선배가 진정 훌륭한 선배일 텐데 그들은 지금의 방법이 최선의 방법쯤으로 알고 있는지, 아니면 ‘나 아니면 안 된다’라는 고루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예를 들어 각 기관단체의 위원회 구성 때 전문 식견도 없이 할당된 기관단체의 직위 위촉이란 명분으로 위촉을 받아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현실이 비일비재한데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야만 그 위원회의 권위가 서는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젠 그러한 구태(舊態)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 분야를 넘나들면서 문화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그들 스스로가 깨닫지 못한다면 해당 기관단체에서라도 과감하게 혁신을 해야 한다. 관행처럼 생각하여 그렇게 업무를 쉽게 처리하려는 공직자의 자세도 바뀌어야 한다. 이런 걸 수수방관하고 그냥 간과한다면 이 또한 울산시로서도 불행한 일이다. 울산광역시가 창조경제도시와 문화융성도시로 나아가려면 비록 사소한 일이지만 이러한 것부터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말에 훌륭한 선배가 훌륭한 후배를 낳고 그 후배가 또 훌륭한 후배를 낳는다고 하였다. 그랬을 때 지난날 척박한 토양 위에서 터전을 굳히기 위해 고생하신 선배님들은 웬만큼 여러 분야에서 울산의 발전을 위해 일하셨으면 이젠 후배들에게 길을 좀 열어줄 수 있는 아량도 베풀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원로 예우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대물림이란 아름다운 문화도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맡긴다고 모두 챙긴다면, 준다고 넙죽 받아먹는 동물원 우리(울타리) 안의 금수(禽獸)나 수족관 속의 물고기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언제부턴가 회자되었던 입에 담기 민망할 비속어인 똥파리, 신똥파리 또는 그 똥파리에 빌붙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쇠파리들이 득실거린다는 항간의 말들이 울산지역 문화예술계에서만큼은 더 이상 회자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사람이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들을 하려면 에너지를 분산시켜야 한다. 에너지가 분산되면 집중력이 떨어질 것이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당연히 업무의 효율성도 떨어질 것이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하였다. 어제 오늘의 일들이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짚어야 할 대목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지금까지의 쏠림 현상에 익숙한 울산지역 문화권력의 병폐가 이제는 치유되어 문화융성시대로 진입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ㅁ

<박채은 지역사연구가·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