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교육’과 식당예절
‘밥상머리교육’과 식당예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8.2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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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하면 어쩐지 구시대의 권위적인 느낌이 난다. 하지만 아주 친근감이 가고 다정한 교육법으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인성을 형성해 주는 것이 바로 밥상머리 교육일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면서 인격 형성을 도와주는 교육 방법으로 현재 초·중등학교에서 많이 시행하고 있다.

예전의 대가족제도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저마다 생활이 바쁘다 보니 옹기종기 한 식탁에 앉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 같이 밥 먹을 기회가 생긴다 해도 핸드폰이나 TV를 보면서 식사하는 일이 많아 대화가 많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요즘 가정에서의 밥상머리 교육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해서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예로부터 식사예절과 같은 자녀의 인성교육은 주로 밥상에서 이루어지곤 했고 그래서 우리는 이를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부른다.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가족과 식사를 많이 하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공부를 잘할 확률은 2배나 높다고 한다.

또한 가족식사를 하는 아이들이 A학점을 받는 비율이 2배 높고, 청소년 비행에 빠질 확률은 50% 줄어든다고 한다. 성격이나 성향도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긍정적으로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금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직장의 바쁜 생활로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는 것보다 직장의 구내식당이나 일반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휴일이나 저녁시간에 가족들이 많이 이용하는 식당의 식사 모습들은 어떠한가?

어린애들과 같이 온 가족들을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가 가게 전체를 활보하는 것은 차치하고 남의 식탁 물을 엎질러도 미안한 기색이 없고, 연세 드신 분이 조금 타이르기라도 하면 남의 애 기죽인다고 버럭 고함지르기가 일쑤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같이 오신 분이 “그러니까 애들이지요”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넘어가는 경우다.

필자는 십수년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베벌리힐즈(Beverly Hills)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곳은 부동산업과 영화산업이 발달해 고급 주택가가 형성되고 패션 중심지로 발전하면서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한 번은 중화요리 식당을 이용했는데 옆 좌석의 젊은 부부가 4~5살 되어 보이는 자녀 2명과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참 자유롭다는 미국에서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우리나라보다 더 엄격하고 절제된 자세로 가족끼리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같이 간 일행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이 가족뿐만 아니라 미국 상류사회 사람들 대부분이 아주 수준 있고 교양 있는 식사예절을 지킨다고 귀띔해 주었다.

우리도 이렇게 할 수는 없을까? 국민소득이 2만8천불이 넘는 우리나라가 언제쯤이면 ‘동방예의지국’의 지위를 탈환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사정상 가정에서의 교육이 어렵다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좀 더 체계화된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서 대중이 이용하는 식당에서의 식사예절을 개선해 나아갔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국민운동으로까지 승화시킬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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