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의 산책… 문제행동 저절로 풀려
반려견과의 산책… 문제행동 저절로 풀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8.2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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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 중 부부싸움에 대한 재미난 글을 인터넷상에서 보게 되었다. 남녀의 생각의 차이에 대한 글인데, 이는 지구상의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숙제 중의 하나로 보이기도 한다. 그 글 중 일부를 발췌하자면 다음과 같다.

“난 아내에게 맥주 한 박스를 2만원에 사라고 이야기했어. 하지만 내 아내는 만 원짜리 화장품을 사더군. 난 아내에게 그 화장품을 쓰는 것보단 차라리 내가 맥주를 마시면 당신이 더 예뻐 보일 거라고 이야기했지. 그래서 부부싸움은 시작되었어.”

다행인지 불행인지 남녀가 비슷한 듯 다른 부분들 때문에 서로 끌린다고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문화, 습관과 생각의 차이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다 보면 각자에게 맞는 옷처럼 서로가 맞아떨어지는 부분들이 점점 많아진다. 반려동물과 보호자도 같은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며칠 전 자유롭게 활보하는 작은 강아지에게 물릴 번한 적이 있었다. 동물 전문가인 내게 이런 일이 생겨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더군다나 그 개는 몸집이 40cm 정도에 불과한 작은 개였다.

길에 앉아 있는 개를 쳐다보기만 했을 뿐인데 나의 꽁무니를 따라와서는 다리를 물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엔 매우 순해 보였고 귀여운 개였지만 당시엔 흉기를 입에 달고 있는 맹수일 뿐이었다. 큰 개든 작은 개든 종종 이런 경험을 하게 되지만 어디에 마땅히 하소연할 곳이라고는 없다.

최근 울주군 작수천에 나들이를 갔는데 가까운 캠프장에서 큰 삽살개와 함께 캠핑하는 보호자를 보게 되었다. 삽살개는 매우 순해 보였지만 목줄에서 풀려 있었기에 여기저기 자유분방하게 나돌아 다닐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 앞으로 벌어질 상황은 불 보듯 뻔하다.

아니나 다를까 저쪽에서 “이 개 좀 치워요”라는 다급하고 퉁명스런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물놀이를 하러 온 대가족이 맛있게 고기를 굽고 있었고 삽살개는 이미 식구 무리에 합세한 상황이었다. 삽살개는 고기 냄새를 맡고 그쪽으로 간 것 같았지만 그 쪽 사람들의 반응은 영 좋지 못했고 임산부는 더더욱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견주들은 보통 이렇게 말한다. “우리 강아지 안 물어요! 얼마나 순한데요! 왜 난리예요.”

그럼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가만있을까? “저것이 강아지요? 늑대만한 개구만.”하고 맞받을 것이다.

내 강아지가 귀엽고 순하다고 해서 풀어놓으니 생기는 일들이다. 하지만 귀엽고 순하다고 풀어둘 일은 아닌 듯하다. 목줄 없이 산책하는 것도 불법이지 않던가. 거리에는 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혐오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공원에서 개를 마구 풀어두는 사람들 때문에 타인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자주 봐 왔다. 거기다 개의 배설물을 처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개를 키우는 사람들 모두가 욕을 먹는다.

반려견 특유의 순수함 때문에 삶이 지칠 때마다 동물들에게서 힘을 얻는 경우도 많고, 가족의 사랑을 반려견으로부터 느낀다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늘 만족스럽기만 하면 좋을 텐데 그 만족만큼이나 고충도 예삿일이 아니다. 특히 공격, 배설, 짖음, 분리 불안 등의 문제들 때문에 타인과 얼굴을 찌푸리고 법적 소송으로 가는 경우도 이따금씩 일어난다.

동물상담사로서의 생각은 이렇다. 반려견과 함께 살면서 행복해지려면 위와 같은 행동 문제는 미리 예방하고 문제가 생기면 즉시 해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사람과 반려견이 서로 안전하게 거리를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물의 행동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요즘은 반려동물 산업과 문화가 잘 발달돼 온라인으로 검색만 하면 각 지역마다 동물 행동 문제 해결사들이 많다.

동물 행동 문제와 관련해 간단한 정보를 드린다면 보호자와 개, 서로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는 첫 단계는 바로 ‘산책’이다. 다만 개와 산책할 때는 반드시 목줄을 채우고, 개를 풀어놓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만약 반려견이 짖음 문제, 배변 문제, 공격 문제 등을 가진 경우엔 최소 주 3회 30분 이상 목줄 산책을 해보시기 바란다. 이것만 잘 지켜줘도, 풀리지 않을 것 같은 행동 문제들이 스르륵 풀려버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노예원 동물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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