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목소리
낮은 목소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8.1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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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목소리’라는 기록 영화가 있다. 국내 영화계에서 여성을 대표하는 변영주 감독의 작품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상을 다룬 영화다.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는 총 3편으로 완성됐다. 그 중 두번째 작품을 생각해본다. 이 작품의 영어 제목은 ‘Habitual Sadness’다. ‘습관적인 슬픔’ 또는 ‘일상적인 슬픔’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변 감독은 지난해 서울여성국제영화제에서 ‘낮은 목소리 2’는 나에게 있어 가장 사적이고 힘들었던 영화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 영화에서 변영주 감독은 출연자인 할머니들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선다. 객관적 관찰자의 역할이 아닌 하나의 동반자로서 행동한다. 할머니들이 노래하면 같이 노래하고, 술을 마시면 같이 술을 마신다. 마치 그는 할머니들과 하나 되는 것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행위 그 자체라고 여기는 듯 했다. 1997년작인 이 영화를 본 건 최근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울산지역 위안부 할머니를 조명하는 기사를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던 중 윤두리 할머니가 지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윤두리 할머니는 이 영화의 주인공 중 한명이다. 여기저기 수소문했으나 할머니와 연락을 닿는데에 실패했다. 윤 할머니를 아는 지자체는 없었고, 지역 여성회는 연락 두절 상태였다. 윤 할머니는 1980년 울산에 정착해 보증금 300만원에 월 3만원짜리 월세방에서 혼자 살다 2009년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윤 할머니는 1928년 부산에서 나고 15세 되던 해 부산지역 파출소 앞을 지나다 일본 순사에게 연행돼 부산 영도의 위안소로 끌려갔다. 해방 후 고향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위안부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할머니는 영화 속에서 밝혔다. 대신 아버지 고향인 울산으로 왔다.

윤 할머니의 말년은 비참했다. 고혈압, 지방간, 십이지장궤양, 관절염, 심장병을 앓았다고 한다. 그래도 영화속에서만큼 할머니 모습은 밝다. 이따금 소녀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 속 할머니의 말이 맴돈다. “다시 태어나면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요즘 같이 좋은 세상에 부모 밑에서 공부 많이하고, 좋은 사람에게 시집가 자식 낳고 살고 싶다.” 울산에는 모두 4분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있었다. 이 중 3분이 돌아가시고 현재 한분만 살아계신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지역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조명하는 작은 움직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구미현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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