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가정이 아니라 ‘사회’
아이와 가정이 아니라 ‘사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8.1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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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그중에서도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기획으로 지면에 담고 싶다고 생각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4일자 신문에 아주 짤막한 사건 기사로 전해졌던 10대 소년범의 이야기다.

보호관찰 처분이 끝나자마자 27차례에 걸쳐 1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절도 등)로 구속된 17살 소년. “아이는 자신의 가족들이 이사한 집이 어딘지도 몰랐다. 그가 갖고 있던 건 아버지의 전화번호 뿐이었는데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담당 형사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취재를 시작하면서 만난 소년범들은 여느 평범한 아이의 얼굴이었다. 험상궂은 인상에 반항어린 날카로운 눈빛을 상상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아이들이 태어나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 부모고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회가 가정이다. 여기서 아이들은 앞으로 살면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규칙을 배우게 된다. 첫번째 교육의 장인 가정은 아이들이 잘못된 길을 선택한 순간에도 아이들 곁에서 이를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가정이 이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아이들의 엇나간 행동은 겉잡을 수 없어지기도 한다.

한 아이가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은 결국 꾸준한 관심이다. 그 관심은 아이가 삶의 가치관을 성립하는 데 기준이 된다.

그러면 우리는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해 잘못된 길을 선택한 아이를 비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가정에는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취재를 통해 얻은 답은 안타깝게도 사회 구성원의 개인적인 잘못으로 여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느 대선 후보의 슬로건처럼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가는 가정은 많지 않다.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라고 할 정도로 삶은 치열하고 그만큼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개인이 갖는 스트레스는 극도로 심각해진다. 알코올중독, 게임중독 등 정신적 질환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모든 것이 사회적인 현상이다. 한 가정이 온전하게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데는 여러 사회적인 모순이 얽혀있다.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이제 사회 전체의 몫이다.

취재1부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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