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칼럼]통도사 영배스님의 겸손·배려 그리고 하심(下心)
[김성수 칼럼]통도사 영배스님의 겸손·배려 그리고 하심(下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8.1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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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 영축총림 통도사(通度寺)는 국지대찰(國之大刹)이면서 불지종가(佛之宗家)이다.

지난 6월 17일, 설법전에서 사부대중이 환희용약의 마음으로 제29대 통도사 주지 영배(英培) 스님의 진산식(晋山式)을 거행하였다. 스님은 경하(鏡河) 스님의 제자로 당호가 향전이다. 어릴 때 불가와 인연을 맺은 동진(童眞) 출가자이며 1966년 사미계를 받았다.

경하 스님은 성해당(聖海堂) 남거(南居, 1854∼1927) 스님 제자로 구하·경봉·제하·월제 스님과 사형사제(舍兄舍弟) 사이다.

1981년 스님을 처음 뵈었을 때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웃는 얼굴에 키가 훤칠하고 아난(阿難)같이 흰 피부의 활동적인 미남이었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그 모습이 남아있다. 난 행자(行者) 기간이었기에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2006년 동국대학교 이사장실로 영배 스님을 찾아갔다. 통도사 출신 스님이 동국대 이사장 소임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응용불교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다닐 때이다. 공사다망으로 비록 짧은 대화였지만 통도사 출가승으로 공부하는 것에 대한 격려와 큰 의미를 두셨다.

지난 6월 서운암에서 개최된 전국염색축제에서 주지로 임명된 스님을 만났다. 장경각 법당에서 ‘통도사학춤’을 추는 필자를 시종일관 여유 있게 지켜보는 스님과 몇 번의 눈인사로 교감했다. 행사가 끝나고는 반갑게 손을 잡아주시며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셨다.

영배 스님은 강원 이력을 마친 이후 본·말사와 종단의 여러 소임을 수임하고 역임하였다. 특히 동국대학교 이사장, 불교신문 사장, 불교방송 상무 등 이·사판의 소임을 두루 역임한 훌륭한 스님이다. 그동안 영축총림은 성해 스님의 제자 ‘구하문도회’와 ‘경봉문도회’가 번갈아가면서 어려운 주지 소임을 맡아 왔다.

이제 ‘경하문도회’가 동참함으로써 영축총림은 주지가 될 인적자원에 여유가 생겼다. 이러한 인적 분담의 여유는 마치 장거리 달리기에 주자가 한 명 더 늘어나면서 한층 좋은 결과를 얻는 것처럼 상승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통도사도 수행과 사회와의 소통 등 다양성과 다방면에서 더욱 더 진취적이며 실천적인 종무행정을 이끌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앞으로 다른 교구본사의 핀치마케팅 대상의 기대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배 주지 스님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기사와 방송 인터뷰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울산의 케이블TV와의 인터뷰에서 스님은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으로 ‘겸손·배려·하심(下心)’을 강조하셨다. 출가 이후 수행자와 구도자로서 삶의 경륜을 짐작할 수 있는 겸손과 배려, 하심을 새삼 곱씹어보게 된다.

겸손(謙遜)- ‘덕분입니다.’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로 생활하는 마음의 자세이다.

통도사 사천왕문을 들어서기 전 50보 전쯤에 세워놓은 돌기둥에는 ‘方袍圓頂 常要淸規異姓 同居必須和睦’라는 글이 뚜렷하게 새겨져있다. 풀이하면, ‘여러 성(姓) 받이가 둥근 머리 네모진 장삼을 입고 수행하므로 항상 청규를 지키며, 함께 기거하므로 화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 글은 1915년에 세워졌다 한다. 이는 통도사 대중이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겸손이라는 가르침의 말이다.

배려(配慮)-‘먼저 하십시오.’ ‘형님 먼저 아우 먼저’로 생각하는 마음이 배려이다.

고려시대 승려 지눌의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에서도 ‘먼저 출가하여 계를 받은 이는 형이 됨이요, 나중에 출가하여 계를 받은 이는 동생이 됨이라(大者爲兄小者爲弟)’고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배려심은 통도사 창건에서 찾을 수 있다. 구룡지를 만들어 눈 먼 늙은 용의 안식처를 배려하였다.

하심(下心)-‘만족합니다.’ 상대방에게 조건 없이 내어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마음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위를 보는 마음이다. ‘어려운 주지 소임을 소승이 무사히 잘 마쳤으니 나 보다 능력 있는 스님들도 주지 소임을 맡아 대중을 잘 보살펴 주십시오’ 하는 마음이 하심이다. “통도사에 있는 재적승 모두가 ‘스스로가 주지’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특히 힘 있는 스님의 제자가 우대받는 풍토는 없어져야 하고 능력 위주로 처우를 받아야 한다.

앞으로 모든 총림 인사에도 이 같은 능력주의를 적극 반영하겠다.”(한국일보. 2015.8.2.일자)는 영배 스님의 오롯한 수행관은 통도사 출가승의 입장에서 상당한 공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실천은 문중을 초월하여 일정한 법랍의 기준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와 폭넓게 함께할 수 있는 능력과 역량을 갖춘 인재승에게 소임을 부여하는 좋은 선례를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비로소 통도사의 대중으로 자부심과 자긍심이 생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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