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시추선 ‘斗星호’
행운의 시추선 ‘斗星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8.0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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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26일 연합뉴스는 ‘국내 유일 석유시추선 두성호는 어떤 배’라는 제목의 부산발 해설기사를 띄운다. 기사의 첫머리는 한국석유공사가 이날 부산 남항에 정박해 있는 두성호에서 ‘취항 3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는 내용의 사진설명이 장식한다.

두성호는 1984년 5월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를 마쳤으니 올해로 치면 취항 31주년, 지난해로 치면 취항 30주년이다.

“두성호(斗星號)는 석유공사가 보유한 국내 유일의 시추선”이라고 운을 뗀 이 기사는 두 번째 단락에서 흥미로운 서술 한 줄을 남긴다. “석유시추업계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이름을 따 배 이름을 지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귀가 솔깃해진 끝에 결례를 무릅쓰고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에게 전화질문을 던진다. 울산박물관에 약 100분의 1 크기의 시추선 모형을 기증하고 신광섭 박물관장한테서 기증증서를 건네받은 지난 5일 저녁나절의 일이었다.

즉답이 돌아왔다. “아 글쎄, 고놈의 이름 때문에 국회에 다 불려갔지 뭡니까?” 야당 국회의원들의 질문공세 장면이 눈에 아른거린다. 한자 ‘斗’자와 ‘星’자의 절묘한 조합을 놓고 어떤 변명, 해명이 통했을까. ‘斗’는 필시 12·12 신군부반란의 주역 전두환(全斗煥) 당시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왔을 것이고 ‘星’은 대통령이 ‘스타(☆)’ 출신인 점 또는 대통령의 ‘스타성’을 강조하려 한 것 아니냐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을 거니까. 서 사장은 “‘북두칠성(北斗七星)’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우긴 끝에 겨우 위기를 넘겼노라며 속내를 너털웃음으로 드러낸다.

여하간 우리나라를 ‘산유국(産有國)’ 대열에 올려놓은 대한민국의 효자 ‘두성호’는 써내려가는 족족 새로운 기록을 남기고 있으니 신기록 제조기나 진배없을 것이다. 건조비용만 해도 ‘542억 원’이었다니 당시로서는 실로 어마어마한 비용이었을 것이다. 배 나이(船齡) 서른한 살을 넘긴 지금 실적만 놓고 따진다면야 속된 말로 ‘본전 다 뽑고도 남은 것’ 아닌가. 나이야 그렇다 해도 시추작업 하는 데 하루 빌려 쓰는 몸값(용선료)이 2억∼3억 원이라니 이만하면 ‘효자’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반잠수식 시추선 두성호’에 대한 석유공사의 자부심은 실로 대단해 보인다. 석유공사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말레이시아, 베트남, 러시아 등 9개 나라 119개 광구에서 시추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감격스러운 일은 ‘산유국의 꿈 실현’을 세계만방에 알리게 된 1998년 7월 ‘동해-1 가스전’에서의 천연가스 발견이라고 밑줄을 긋는다. ‘동해-1 가스전’이라면 울산 남동쪽 해상 58km 수역 아닌가. 울산시는 “시추공을 뚫을 때마다 원유와 가스를 발견하는 확률이 높아 전 세계 석유·가스 기업 사이에서 ‘행운의 시추선(lucky rig)’으로 불린다”고 소개한다.

두성호의 실제 규모는 높이 94m. 너비 82m다. 짐작이 잘 안 간다면 근무인원을 살펴보면 될 것이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두성호의 승선가능 인원은 112명이지만 보통 110명 정도가 일한다. 두성호 자체직원 65명, 시추작업을 맡은 석유회사 소속 45명 정도로 보면 된다.

작업가능 수심은 100∼1천500 피트(30∼450m)에 최대 시추심도는 2만5천 피트(7천500m)다. 수심 450m에서 해저 7천500m까지 시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초속 56m의 폭풍, 30m의 파도, 영하 20도의 악천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가 돼 있다.

이달 초부터 울산박물관 산업사관 제1전시실의 석유코너 한가운데에 보란 듯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미니 두성호’. 이 시추선 모형은 2013년 ‘대한민국 에너지 체험전’ 때 우리나라가 산유국임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가로 75㎝, 세로 58㎝, 높이 90㎝의 크기다. 사연 많은 두성호의 모양이라도 보고 싶다면 울산박물관 2층 산업사관을 찾을 일이다.

<김정주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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