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는 고향에서 보내자
여름 휴가는 고향에서 보내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8.0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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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극심한 가뭄에 이어 무더위로 국민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 여름 휴가철이지만 그리 신나게 휴가를 즐기는 사람도 별로 없어 보인다. 물론 국가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울산지역 주력업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여름 휴가비가 넉넉하지 못한 탓도 있어 보인다.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휴가철에도 휴가를 떠나지 못하고 일하는 근로자들의 지친 모습도 역력하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벌이고 있는 휴가를 국내에서 보내자는 캠페인에 맞춰 각 지자체들도 여름휴가를 고향에서 보내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울산을 떠나 도회지 생활을 하고 있는 출향인사들이 고향을 찾아 울산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것이 울산 경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위축된 소비심리를 다소나마 회복시켜줄 힘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울산도 이제는 광역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부분이 도시화됐지만 그래도 울주군을 중심으로 아직은 어릴 적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시골도 많다. 어릴 적 뛰어놀던 뒷동산, 부끄럼 없이 물장구를 치던 맑은 시냇물, 메뚜기를 잡아 구워먹던 푸른 들판, 학교에 갔다가 늦게 돌아오는 날이면 멀리 동구 밖에 나와 손주를 부르시던 할머니의 목소리, 연줄이 걸려 어린 가슴을 태우던 미루나무, 어느 것 하나 추억 아닌 것이 없다. 나이 드신 부모님이 계시고 조상의 산소, 사랑하는 친척, 다정한 이웃, 순수한 인심이 있다. 어릴 적에는 무섭도록 싫던 뒷산도 아름답게 보이고 겁이 나서 들어가지 못하던 냇물도 그립게만 다가온다. 이러한 곳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것도 특별한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고향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이 비단 추억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만은 아니다. 어려운 농촌의 현실을 이해하고 동구나 북구의 바닷가를 찾아 어민들이 황폐해진 바다를 보고 하소연하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과연 앞으로 국민들이 자연을 얼마나 보존하고 아껴야 하는 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농촌은 쌀 시장 개방과 FTA 협정, 밀려드는 수입농산물 등으로 우리 농산물 가격이 떨어져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그래도 고향에 계신 연로하신 부모님과 친척들이 폭염의 날씨에 논밭에서 김매고 거름 주며 토종닭 몇 마리를 기르며 고향을 지켜가고 있다.

이들이 있기에 우리의 농촌은 지켜지고 가꾸어지고 있다. 우리들의 고향 시골이 베풀어 주는 혜택은 참으로 많다. 아름다운 강산과 경관, 산하에 그윽한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산천초목이 우려내는 향기는 저절로 인심을 순화시켜 준다.

물론 화려한 조명이 빛나는 유명한 관광지도 많고 좋지만 그래도 정겨움이 있고 나를 품어주는 아늑함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시골 농촌을 찾아 피곤에 지친 심신을 풀어주는 것도 참으로 좋은 일이요, 보람된 휴가일 것이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유명 해수욕장, 유명 계곡 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부모와 멀고 가까운 친척들이 계시는 고향에서 농사일을 도우며 자연과 호흡한다면 짧은 휴가지만 이보다 더 좋은 휴가가 어디 있을까 싶다. 내가 자란 산골마을의 깊은 정취와 고향의 맛을 잊을 수 없기에 고향에서 보내는 여름휴가는 아주 멋있고, 낭만적인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다.

아직은 우리들의 기억에 살아 숨 쉬는 고향이라는 단어를 생각만 해도 설레지 아니한가. 도심과 유명휴가지의 복잡함을 떨쳐버리고 올여름 휴가는 자녀들을 데리고 정감과 보람이 넘치는 고향인 농촌으로 떠나 잊혀져 가는 고향의 정을 되살려 보는 것은 어떨까.

<이주복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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