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문 (blue moon)
블루문 (blue moon)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8.0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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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저녁 7시 19분쯤 우리네 하늘에도 ‘블루문(blue moon)’이란 보름달이 떴다. 어떤 이들은 ‘행복을 주는 달’, ‘행운의 상징’이라며 이 보름달을 보고 간절히 소원을 빌기도 했다.

사람들은 왜 그저 환한 만월(滿月, full moon)에다 ‘블루(blue)’라는 색깔을 입혔을까. 보름달 색깔이 정말 푸른빛이어서 그랬을까? 이 낱말을 만들어낸 영어문화권 사람들의 의식세계를 잠시 훔쳐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블루(blue)’라는 영어단어는 좋은 뜻과 궂은 뜻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좋은 의미로 오션(ocean) 앞에다 붙여 ‘블루 오션(blue ocean)’이라 하면 ‘경쟁자가 없는 유망한 시장’을 가리킨다. 경쟁이 심해 피투성이로 싸우는 ‘레드 오션(red ocean)의 반대개념이다.

궂은 의미의 쓰임새는 그 폭이 더 넓어 보인다. “I feel blue.”하면 “나는 우울해”라는 궂은 뜻이 된다. 가수 유 열의 노래 ‘블루 선데이(Blue Sunday)’도 밝은 뜻과는 거리가 멀다. “가고 없는 한 사람이 가슴에 숨어 있었네// 떠날 땐 떠나지 기억은 왜 두고 갔나/ 블루 선데이 너무 쓸쓸한 날 혼자서 파티를 한다/ 블루 선데이 작은 촛불을 켜놓고 서러운 파티를 한다…” 이 노랫말 속의 ‘블루(blue)’는 숱한 유럽인들에게 자살 충동을 불러일으켰던 노래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헝가리의 피아니스트 ‘셰레시 레죄’가 1933년에 발표)’의 글루미(gloomy=우울한)와 동의어로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블루문(blue moon)’ 역시 그 어원이 좋은 의미는 아니지 싶다. 보름달을 풍요의 상징으로 여기고 떠받드는 동양문화권 사람들과는 달리 서양문화권 사람들은 보름달을 ‘마녀’와 연관 지어 불길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재앙의 상징으로 보았고 ‘재수 없는 대상’으로 간주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블루문(blue moon)’이란 용어의 유래는 ‘마녀 미신’과는 무관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블루문 현상은 달의 공전주기(29.5일)가 양력의 1개월보다 짧아 생기는 현상으로 100년에 36번 가량 나타난다. 양력으로 따져 2~3년(약 2년7개월) 만에 한 번씩 보름달이 두 차례 뜨는 달(月)이 생기고, 이런 달에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을 ‘블루문(blue moon)’이라고 부른다. 지난 2010년 1월과 3월, 2012년 8월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고, 올해는 7월 2일과 31일 두 차례 있었으며, 다음 기회는 2018년 1월에 찾아올 예정이다. 2010년처럼 블루문이 1년에 2번 뜨는 현상도 19년 만에 1번은 나타난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블루문이 처음에는 ‘3개월에 4번 뜨는 보름달 중 3번째 뜨는 달’을 가리켰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1946년 미국의 한 천문학 잡지가 “한 달 중에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을 블루문이라고 부른다”고 오보(誤報)하는 바람에 그 정의가 바뀌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잘못된 기사가 ‘진짜 행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일설에는 블루문이 ‘매우 드문 일’을 나타내는 영어표현 ‘once in a blue moon’에서 따왔다고도 한다. 여하간 블루문이 ‘파란 달’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진 것 같다. 혹자는 보름달의 색깔을 ‘파란색’이 아닌 ‘노란색’으로 본다. 그렇다면 문자 그대로의 ‘파란 달’(blue moon)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토아 화산이 폭발했을 때 푸른빛의 달이 떴다고 밝혔다. 대기 중의 미세한 먼지 알갱이들이 달의 색깔을 바꾸어 놓았다고 했다.

유럽인들과는 달리 미국인들은 블루문(blue moon)을 행운의 징표로 본다. 오보가 진짜로 둔갑하는 세상이니 블루문을 굳이 불길하게 해석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박선열편집국 / 정치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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