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칼럼]‘긴꼬리딱새’의 번식
[김성수칼럼]‘긴꼬리딱새’의 번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7.1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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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천계(貴鵠賤鷄)’라는 말은 ‘고니는 귀하고 닭은 천하다’는 의미인데 아마도 인문학적 표현일 것이다. 생명이 있는 그 어떤 것도 귀천의 분별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에 희귀 조류인 ‘긴꼬리딱새’가 삼호산에서 번식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세월이 갈수록 자연환경이 사람 중심으로 개발되다 보니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친근한 새들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라지거나 잊혀져 간다.

이런 때에 긴꼬리딱새가 울산에서 발견됐다고 하니 ‘숲 가꾸기’가 가져다준 반가운 선물이 아니겠는가. 또 이는 자연 파괴와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가 새로운 조류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게 하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울산을 찾은 귀한 철새들을 소개한다.

1987년에 외황강에 황새 한 쌍이 관찰되었다. 그 후 13년만인 2000년 2월에 다시 같은 장소에 2마리가 나타났다. 2002년 1월에는 같은 장소에서 황새 2마리와 흑두루미 1마리가 관찰되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며칠을 머물지 못하고 날아가 버렸다. 현재 외황강 하류 지역도 공단이 들어서면서 주변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되는 중이어서 앞으로 황새가 관찰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2014년 3월 18일, 김해 화포천에 황새 1마리가 날아왔다. 이 황새의 다리에 부착된 가락지에 새겨진 일련번호 ‘J0051’을 확인한 결과 2012년에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시의 황새복원지역에서 복원한 뒤 자연으로 돌려보낸 2살 된 암놈인 사실이 확인되었다. 화포천에 정착한 황새는 충남 서산시 천수만까지 외출을 하고 있다. 일본은 황새의 가치를 인식하여 1990년부터 ‘황새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의 황새는 1971년 충북 음성에 서식한 부부 황새 중 수컷이 사냥꾼에 의해 희생됨으로써 대가 끊기고 만다. 그 이후 해마다 무정란을 낳던 암컷은 1983년부터 케이지에서 보호를 받다가 1994년에 죽었다.

2002년 2월에는 태화강 하류에서 노랑부리저어새 1마리가 관찰되기도 했다. 2013년 1월과 2월에는 태화강에서 큰고니가 20일 가량 월동하다가 돌아간 적이 있다.

2013년 1월에는 태화강 상류의 점촌1교와 점촌교 사이에서 황오리 10마리가 관찰되었다. 황오리의 태화강 출현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조류생태계의 변화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해 1월 울산에서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간 일수는 모두 해서 26일이었다.

한파가 지속되면서 태화강에서 관찰되지 않던 황오리가 관찰된 것이다. 황오리는 이름에서 짐작하듯이 선명한 주황색의 대형 오리로 꼬리와 부리, 다리는 검은색이며, 머리는 흰색이다. 생태 환경적으로 주로 한강 수계에서 관찰되며, 충청도 이남에서는 관찰이 쉽지 않다.

2014년 1월부터 3월까지 망성교 부근에서는 하루 평균 100마리의 원앙새가 월동했다. 며칠 전 그러니까 2015년 7월 8일에는 “최근 울산시 남구 솔마루길에서 긴꼬리딱새 둥지를 발견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2012년 7월에 경남 남해 해안가 숲에서 ‘긴꼬리딱새’의 번식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3년 만에 울산의 숲까지 번식지가 확대된 셈이다. 울산에서는 목도가 긴꼬리딱새의 번식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던 차에 삼호산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삼호산의 숲이 많이 우거져 긴꼬리딱새가 번식지로 선택한 모양이다.

울산에서 긴꼬리딱새가 번식한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번식지는 북해도를 제외한 일본 전역과 우리나라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 중부 서해안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울산에서는 번식에 성공한 개체가 처음 발견된 것으로 기록될 것이다. 삼호산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긴꼬리딱새의 번식지가 제주도와 남해에 이어 동해로 확대된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울산도 아열대지역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는 징후인 것이다.

‘긴꼬리딱새’의 이름은 2009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을 따라 무턱대고 ‘삼광조’라고 불렀다. 그동안 ‘잘못된 새 이름 바로잡기’ 노력의 결과로 ‘긴꼬리딱새’란 새로운 우리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일본에서 ‘삼광조’라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본인들의 귀에 이 새가 우는 소리는 ‘쯔끼 삐 호시∼ 호이∼ 호이∼ 호이∼’로 들린다. 이 소리가 마치 달(月=つき)과 해(日=ひ) 그리고 별(星-ほし)의 명칭으로 들린다 하여 세(3) 발광체의 ‘광(光)’을 따서 삼광조(三光鳥)라 부른다는 것이다. 학명은 ‘검은 꼬리의 즐거운 소리를 내는 새’다.

딱새는 세계적으로 132종이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변긴꼬리딱새’와 ‘긴꼬리딱새’ 등 2종이 관찰된다. 곤충을 주식으로 하는데 정지비행을 하면서 잡는다. 국제적으로 희귀 조류이자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김성수 조류생태학박사·울산학춤보존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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