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귀도 닫은 울산시… ‘불통’의 권위의식
눈도 귀도 닫은 울산시… ‘불통’의 권위의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6.1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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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나와 다른 의견일지라도 상대의 입장을 들어주는 것.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소통’의 한 방식이다.

시민과의 대화, 기업체와의 간담회 등 각종 토론회와 간담회의 성격은 ‘듣는 것’이다. 한 사람보다는 열 사람이 머리를 맞댈 때 더 나은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암묵적 동의가 전제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만장일치로 속전속결 일이 처리될 때도 있지만 사공이 많아 배가 산 위에 덩그러니 놓이는 경우도 생긴다.

그럼에도 ‘소통’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듣고 말하고 설득하는 과정은 앞으로 한발 두발 나아가는 데 함께 할 삶의 동반자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최대한 많은 이들이 산 위의 배를 짊어지고 다시 바다에 띄울 수 있도록 말이다. 10일 오전 울산시의회 청사에서 고리원전 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가 울산시 공무원들과 충돌했다. 울산시는 김기현 시장을 만나 뜻이라도 전달하겠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발마저 붙들었다. 시의원을 만나겠다고 들여보내달라는 한 시민단체 활동가를 공무원 10여명이 둘러싸고 출입을 막았다.

근거도 없는 ‘불법’을 이야기하는 태도는 강압적이었다. 결국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계획한 피켓시위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되돌아갔다.

이날 김기현 시장이 밝힌 “고리원전 1호기의 수명 재연장을 반대한다”는 입장에 대해 회의감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시민사회단체와 뜻이 다르지 않으면서도 ‘듣지 않겠다’는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 8일 이 단체가 시청 광장에서 고리원전 1호기 폐쇄를 요구하며 117배 퍼포먼스를 한 데 대해서도 울산시는 ‘업무방해’라며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였다.

공무원들이 업무를 보는 청사도 아니었고 관광용 시티투어버스가 다니고 심지어 유치원생들이 소풍을 오기도 하는 광장이다. 입장이 달라 불편한 시민들에겐 닫혀 있는 공간이라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의 말은 듣지도 않고 보지도 않겠다는 이 태도는 시민단체 활동가가 말한 그대로 ‘불통’의 울산시다. ‘불법’을 운운하며 권위주의에 사로잡힌 ‘불통’ 말이다.

<주성미취재1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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