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화문(口是禍門)
구시화문(口是禍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6.0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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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말로 다친 상처가 칼에 벤 상처보다 더 깊고 오래 간다고 했다.

또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면 인생이 불행해지고,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면 인생이 행복해 진다고 한다.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는가에 따라 그 인생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그러니 말보다 소중한 것이 어디 있을까?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생각 없이 던지는 말이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고 사람의 마음을 멍들게 하기도 한다. 인간 세상의 쟁투가 모두 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감안 하면 말처럼 무섭고 말처럼 소중한 것도 없다. 그래서 남의 말은 많이 듣고 자기 말하기는 거듭 생각하고 가다듬은 말이어야 한다.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사람의입은 화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송나라 태종이 이방에게 칙명을 내려 편찬된 ‘태평총류’에 나오는 구절이다. “정신은 감정에 의해서 발현되며, 마음은 입을 통해서 발표된다. 복이 생기는 것은 그 징조가 있으며, 화가 생기는 데도 그 단서가 나타난다. 그러므로 함부로 감정을 표출하거나 지나치게 수다를 떨어서는 안 된다.작은 일은 큰일의 시작이 되고, 큰 강도 작은 개미구멍으로 터지며, 큰 산도 작은 함몰로 기울어진다. 이처럼 작은 일이라도 삼가지 않으면 안 된다.병은 입으로 들어가고 화는 입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군자란 항상 입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사불급설(駟不及舌)은 논어에서 네 마리 말이 끄는 빠른 마차라도 혀의 빠름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말을 한번 하면 거둬들일 수 없는 것으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귀 둘, 입 하나인 것은 남의 말을 좀더 잘 듯고 고민하고 가다듬은 말이어야 한다.

그래서 지도자에겐 과묵과 경청의 미덕이 절실하다 하겠다. 탁월한 리더들은 말을 아끼는 대신 귀를 귀울이고 질문을 많이 한다. 누구를 이해하고 그와 더불어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말을 하는 것보다 두 배는 많이 듣고 상대와 더불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시화문 이라는 사자성어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을 떠올려 본다.

정 최고위원은 4.29 총선 이후 지난달 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패권주의 청산을 지적하는 주승용 최고위원을 향해 “사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공갈을 친다”고 발언했다.

당시 주 최고위원은 “선거 참패는 ‘친노 패권정치’에 대한 국민의 경고(다)…비공개, 불공정, 불공평이 패권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기에)…제갈량의 3공(공개, 공정, 공평) 원칙을 세우는 데 당분간 진력해 나가자”고 말하자 정청래 최고위원이 “공개, 공정, 공평은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있자 당사자인 주 최고위원이 사퇴의사를 밝힌 뒤 지금까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도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내 계파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언제 봉합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동료에 대한 비난성 말 한마디가 조직의 분열을 가속화한 것은 물론 끝내는 자신 끝내는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정 최고위원이 속한 정당 윤리심판원이 정 최고위원에게 ‘당직 자격정지 1년’이라는 징계를 결정했다. 징계결정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 당적을 갖고 출마할 수 있는 길은 열렸으나, 향후 1년간 최고위원 뿐 아니라 지역위원장직도 정지돼 내년 총선 출마에 타격을 가져온 것이다.

<박선열 편집국 / 정치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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