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우선 배려하는 교육
마음을 우선 배려하는 교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5.2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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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에는 당연히 연구원이 가장 많이 근무한다. 그리고 연구가 잘 수행되도록 도와주는 지원부서 행정원들이 함께 생활한다.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이들 간에 가끔 갈등이 일어난다. 큰 문제도 아닌데 해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때가 있다. 서로 접근하는 방식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처리하는 습성이 몸에 베여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편을 먼저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느 초등학교 1학년 산수시간. 선생님은 먹음직한 사과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더하기와 빼기에 관한 셈법을 가르치고 계셨다. “5개의 사과를 가지고 있는데 친구가 3개를 가져갔어요. 그러면 몇 개의 사과가 남을까요?”

같은 시간 옆 반 교실에서도 선생님이 똑같이 1학년 초등학생들에게 더하기와 빼기 셈법에 관한 수업을 하고 계셨다. 그런데 질문이 조금 다르다. “여기 5개의 사과가 있는데 친구가 3개를 가져갔어요. 그러면 마음이 어떨까요?”

5개의 사과에서 3개를 가져가면 2개의 사과가 남게 된다는 뺄셈을 가르치는 수업이었지만 두 선생님의 설명과 접근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첫 번째 선생님의 질문은 사과 개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두 번째 선생님의 질문은 아이들의 마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과 개수를 계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지고 있던 소중한 것을 상실했을 때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리라는 선생님의 배려가 깔려 있다.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지만 많은 이들이 무시하는 직업군이 있다. 경비원과 환경미화원이 대표적이다. 요즘도 수도권의 많은 아파트에서 경비원과 주민 간에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박봉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자신의 직업에 자긍심은커녕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주변 사람들의 예의 없는 말 한마디와 태도다.

한마디 인사나 칭찬은 일하는 흥을 돋워 준다. 사람 사이의 문제는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말 한마디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아침마다 마주치는 동네 주민들에게 웃는 낯으로 건네는 ‘안녕하세요’ 그 짧은 인사 한마디면 삭막한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듯하다. 세상을 시끄럽게 달군 甲乙 관계에서 결국 ‘베푸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甲’인 사회로 변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선의의 경쟁은 어디에서나 필요하고 정확한 결과를 계산하는 셈법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경쟁과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면 무엇이 남게 될까. 승자가 아름다운 것은 그 승리의 결과로 패자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새삼 마음에 와 닿는다.

단순히 승리나 결과 자체가 목적이 된다면, 가르침과 배움은 날카로운 양날의 칼이 되고 만다. 오늘날 어른들은 교육의 이름으로 아이들 손에 무엇을 쥐어주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어려서부터 정확한 셈법을 가르치고 경쟁에서 승리하는 공식을 가르치는 교육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를 먼저 가르치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짐 든 사람을 도와주는 광경을 보거나 자리를 양보하는, 작은 도움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한번 도움을 받아본 사람은 짐을 든 사람을 보면 자신도 받아 들게 된다. 자기가 받은 도움이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도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서다.

릴레이 배려다. 주변에는 이웃에게 인사를 건네거나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주거나 동네 눈길 치우기 등 별로 어렵지 않게 배려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가까운 곳에 행복이 널려 있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기획경영실장/열린교육학부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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