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drone) 세상’
‘드론(drone) 세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5.1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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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통신의 지난 7일자 뉴스가 흥미를 일으켰다. 올해 초 프랑스에서 발생한 ‘샤를리엡도(풍자 주간지) 테러’를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한 예멘 알카에다의 고위간부 ‘나세르 빈 알리 알 안시’가 지난 4월 무칼라에서 미군 드론의 공습으로 숨졌다는 기사였다.

영어 ‘drone’(드론)에는 명사와 동사, 두 가지 쓰임새가 있다. 명사로 쓰일 때는 꿀은 모으지 않고 여왕벌과의 생식에만 관여하는 ‘수벌’, 그리고 ‘게으름뱅이’ ‘농땡이’란 뜻을 가진다. 동사로 쓰일 때는 ‘(벌이나 기계가) 윙윙거리다’ ‘(수벌처럼) 빈들빈들 살아가다’라는 뜻을 지닌다. 그런 뜻의 ‘drone’이 지금은 ‘무인(無人)항공기’로 탈바꿈했다. 의미의 빠른 진화다.

드론의 사전적 의미는 ‘조종사 없이 무선전파의 유도로 나는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비행체’다. ‘UAV=unmanned aerial vehicle’이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 카메라, 센서, 통신장비를 부착하면 고공(高空)촬영용으로는 그저 그만이다. 크기는 물론 무게도 25g부터 1천200kg까지 다양하다. 가격은 10만원대에서 수백 수천만원대를 호가하고,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20∼30만원대 중고 드론이 원매자를 찾고 있다.

전문가 말을 빌리자면 드론의 개발은 세계 2차 대전 직후 수명을 다한 낡은 유인(有人)항공기를 공중표적용 무인기(無人機)로 재활용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공군기나 고사포의 연습사격용 표적 즉 적기(敵機) 구실을 한 셈이다. 그 이후 냉전(冷戰)시대에는 적의 내륙 깊숙이 투입돼 정찰 임무를 맡았다. 다시 원격탐지·위성제어 등 최첨단 장비가 나타나면서부터는 사람 접근이 힘든 곳이나 위험지역의 정찰·감시, 그리고 대잠(對潛) 공격 등 ‘드론 전쟁’까지 일으키는 세상으로 변했다. 2004년부터 드론 전쟁에 뛰어든 미국은 2010년 한 해에만 파키스탄과 예멘 지역에서 ‘드론 폭격’을 최소한 122회나 감행해 2~3천명의 사상자를 냈다는 보도도 있었다.

요즘은 드론의 용도가 군사용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기업, 미디어, 개인 등 민간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화산분화구 촬영, 무인택배(無人宅配) 서비스도 거뜬히 해낸다. 영국의 ‘도미노피자’는 작년 6월 드론이 피자를 배달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공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최근 몇 년 사이 드론 기술의 개발에 부쩍 열을 올린다. 특히 아마존의 ‘프라임에어’는 미국 연방항공청(FAA) 허가가 나오는 대로 드론 배달서비스에 뛰어들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드론 시장에 나온 제품 가운데 90%는 군사용이다. 미국 국방부는 작년 12월 드론용 공항을 따로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신문·방송업계나 영화제작사가 드론을 촬영기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언론사는 ‘드론 저널리즘’을 표방하며 스포츠 중계부터 재해현장 촬영, 탐사보도에 이르기까지 드론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드론 세상’이 아직은 ‘두려운 세상’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다. ‘안전’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실 테러리스트가 드론에 위험물질을 넣어 배달할 수도 있고, 드론이 고장으로 갑자기 추락할 수도 있다. 드론이 장애물에 부딪힐 위험도 있고, 언젠가는 사생활 침해의 주범이 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드론 세상’이 ‘더러운 세상’의 동의어쯤으로 인식되지 말란 법이 없다.

하지만 장점이 훨씬 더 많은 드론의 고공비행이 한동안 계속될 것은 틀림없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울산제일일보는 이달 말부터 독자 여러분을 ‘드론 서비스’로 만날 예정이다. 지난달 20일 UITV(울산인터넷방송)와 ‘드론 뉴스 제휴’를 다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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