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상] 야신 김성근과 영화 ‘파울볼’
[기자단상] 야신 김성근과 영화 ‘파울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5.0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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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글스는 올 시즌에 들어서면서 만년 하위팀의 면모를 깔끔하게 일신했다.

이 팀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리그 꼴찌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서는 리그 상위권을 질주하고 있다.

이글스 팬들은 달라진 팀에게 ‘마리한화’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한화는 짜릿한 끝내기 승리, 역전승 등을 이끌어 내면서 ‘마약 야구’라는 신조어도 만들어 냈다. 그래서 팬들은 ‘마리화나’와 발음이 비슷한 ‘마리한화’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홈구장인 대전의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는 연일 관중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한화 경기 중계방송의 시청률도 오르고 있다.

이글스가 이렇게 ‘핫’하게 변한 핵심적인 원인으로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의 영입을 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없다.

김성근 감독은 SK 와이번스를 세번씩이나 한국시리즈 우승팀으로 이끌면서 ‘야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야구의 신’이라는 뜻이다.

야신은 구단의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프런트와는 관계가 좋지 않았다. SK는 2011년 시즌 중에 전격적으로 감독을 경질하기도 했다.

그렇게 프로야구를 떠난 야신이 다시 프로야구로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야신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단으로 존재했던 ‘고양 원더스’의 사령탑을 맡았다.

원더스에 입단한 선수들은 오합지졸에 가까웠다. 야신은 이들을 하루 14시간씩 훈련시켰다. 선수들은 야신의 지독한 훈련을 통해 패배주의를 딛고 프로선수로 거듭났다. 마침내 원더스 선수 가운데 총 31명이 프로 무대에 입성하는 기적을 연출해냈다.

원더스 3년간의 족적은 다큐멘터리 영화 ‘파울볼’에 고스란히 담겼다.

울산 출신 김보경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의 주연을 꼽으라면 단연 야신이다. 야신은 당초 이 영화의 촬영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 그래서 촬영에도 비협조적이었다. 그라운드의 제왕인 감독의 하락이 없으면 제작진의 활동폭은 그만큼 줄어든다.

뒤늦게 영화 제작에 합류한 김보경 감독은 그런 야신을 설득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야신도 마침내 마음을 열었다.

야신은 영화 제작진 역시 실패의 경험을 딛고 일어서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야신은 측은지심을 발휘하다가 나중에는 제작진 이상으로 관심을 기울였다.

영화가 완성됐을 때 야신은 이글스 감독으로 부임해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었다. 제작진은 완성된 영화를 오키나와까지 가서 상영했다. 야신의 허락을 얻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상영하며 야신의 표정을 살피던 제작진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렀다. 야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신은 허락을 넘어 시사회장까지 나와서 기자회견까지 해줬다. 그리고 영화흥행을 기원했다.

영화는 프로야구 시즌 개막에 맞춰 개봉됐다. 흥행성적이 나쁘지는 않다. 울산에서도 김 감독이 울산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긴급 시사회가 열리기도 했다.

울산시사회장에는 동구 출신인 김 감독을 격려하기 위해 권명호 동구청장도 참석했다. 시민들도 한 마음으로 울산출신 감독의 첫 영화 성공을 기원했다.

동헌 앞에는 고복수 노래비가 있고 장생포에는 윤수일 노래비가 있다. 울산사람들은 지역 젊은이들의 활동을 응원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강귀일 취재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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