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는 바뀌어도 유인물(誘引物)은 그대로다
지도자는 바뀌어도 유인물(誘引物)은 그대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8.1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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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그 무리를 이끌어가는 동물 하나가 있기 마련이다. 사람도 떼를 지어 살아가는 동물인 바에야 필연적으로 그 떼를 이끌어 가는 사람이 나온다. 요즘 애들 말로 ‘짱’이다. 무리의 대장이다. 고상하게는 지도자다.

초등학교 시절, 동네에서 비슷한 또래들끼리 놀 때에도 지도자가 나온다. 무리가 지도자를 기대하여 저절로 나오는 것이다. 이 지도자는 무엇을 하며 놀 것인지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거기에 소용되는 물건까지도 자기 집에서 조달하든지 만만한 친구에게 강요하든지 해서라도 책임을 지고 있어야 지도자, 골목대장이 된다. 이 점은 장마철에 소쿠리로 미꾸라지를 잡으러 가자고 할 때 바로 나타난다. 그러고서 좀 잡으면 모두 지도자 것이 되어도 불평하지 않는다.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웃 동네와 돌팔매질로 싸울 때, 돌 맞을 각오로 앞장서서 지휘를 해야 지도자로 인정하고 다음 날 누룽지라도 갖다 준다.

이런 꼬마들이 중학교에 가면 지도자가 슬슬 바뀌기 시작한다. 태권도도 하고, 공부도 웬만큼 하고, 여학생도 하나쯤 거느리고(?) 해야 아마추어 폭력 패거리의 두목이 된다. 그러나 학교의 반장하고는 거리가 멀다. 학교 반장은 학교에서만 지도자 흉내를 낼뿐이다.

이들이 고등학교를 가면 지도자는 없어진다. 모두 세상 물정을 알아서 형식적 지도자를 마음으로 따라가지를 않는다. 다 들 제 잘난 맛을 알고 느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벌써 세상에서 출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산하여 준비한다. 소위 입시경쟁이다.

이렇게 지도자는 우리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대상과 의미가 변하게 되어있다. 간혹 60 넘은 시골 농부가 같은 또래의 대통령을 옛날식 지도자로 떠받드는 경우도 있지만, 이제는 눈 씻고 찾아볼 수도 없다. 요즈음은 이명박 대통령이 중요한 발표, 발언을 한 뒤에 입술을 혀로 핥는 장면이 나오지 않지만, 그만큼 지도자의 모든 모습이 생생하게 국민에게 전달되어 카리스마가 없어진 것도 지도자가 없는 사회를 만들게 했다.

사업을 하는 가까운 사람에게, 지금 ‘어느 분야에서 이건 간에 지도자!’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라고 물었을 때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내일 알려주겠다고 한다. 왜 시간이 걸리는가? 어느 분야에서건 간에 우리가 따르고 싶은 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간에 지도자가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1만 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세종대왕이 희미하게 떠오를 뿐이다. 즉, 지금 우리나라에는 지도자가 아니라 ‘돈’이라는 유인물(誘引物)이 있어 국민을 이끌어 가고 있다. 유인물로 유혹하는 이것은 인류가 무리지어 살기 시작할 때부터 나타난 근본 원리이다. 공천도 돈으로, 금강산 관광 시작도 돈으로, 카드방도 돈으로, 연애도 돈으로, 불륜도 돈으로, 불법 선거도 돈으로, 그리고 늙어서 손자한테도 돈으로 절을 받는다. 올림픽을 공산주의 국가인 중공이 돈으로 치르고 있으며, 세계로부터 돈을 뜯어내려고 온갖 수단을 부리고 있다. 최근의 노사협상도 돈을 제대로 따질 줄 알면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다. 돈은 무한정의 유인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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