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살면 뇌동(腦動)을 하고 있어야 한다
울산에 살면 뇌동(腦動)을 하고 있어야 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8.1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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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띠를 두른 노동조합(勞動組合)을 알고 있으라는 것이 아니라, 백발이 성성해도 뇌(腦)를 움직이며(動)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울산은 빨리 변화하는 곳이기도 하다. 뇌를 잘 움직이지 않으면 보수(保守), 수구세력 쪽으로 몰아붙여 벌이는데, 스트레스 받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이것저것 신경을 쓰지 않는, 뇌를 움직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즉,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두들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욕심을 내면서 살아간다. 욕심도 어디에 욕심을 두느냐에 따라 보수적인 편이 되고, 진보적인 편도 된다.

보수(保守)는 말 그대로 과거부터 해오던 것을 유지하려는, 변화를 싫어하는 쪽에 욕심을 갖는 것이다. 다만 변화를 싫어하는, 그대로 살자고 요구하는 기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따지지 않는다. 진보(進步)는 말 그대로 현재의 질서를 개조하여 앞으로 나가자는 것에 욕심을 두는 것이다. 이승만 정권의 자유당 독재시절에 ‘못 살겠다 바꿔보자’가 진보의 상징이었다. 한 20여 년 전, 과거 운동권에서 흔히 말하는 ‘구조적 모순’ 때문에 현재를 확 바꾸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욕심이다. 가장 빠른 시간에, 어떤 체계가 바뀌는 것이 ‘혁명’이다. 이 때문에 진보라고 하면 혁명이 연상되기도 한다. 가장 느리게 변화하는 보수적 변화가 진화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이만큼 평화적 정권 교체를 한 자유민주주의 발전 모습은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빠른 시일에 이루어낸 정치발전이다.

울산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집단교섭, 일컬어 ‘중앙교섭’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지부교섭(支部交涉),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임금단체협상에 나설 것을 발표하였다. 상급단체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것, 지시에 따라야 하는 것은 ‘보수적’인 경향이다. 이것을 바꾸자고 하는 것은 진보적인 경향이다. 지금 울산의 현대 자동차가 운동권 시절의 행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보수적인 성향에서 상급단체의 구조적 결함을 문제 삼아 진보적인 성향으로 혁명적 변화를 시도 하고 있다.

울산에 살면, 앞으로 계속 살고 싶으면, 이런 변화에 뇌동(腦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울산에서 집안의 맏형은 아버지 다음 가는, 위상이 높은 존재이다. 이것은 그대로 대개의 사회조직에 적용되어 ‘형님(성님)’으로 통하며 형님의 지시는 꼭 조폭이 아니어도 절대적이다. 이것을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은,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있어도 옛것을 지키자는 보수이다. 그런데 지금 변하고 있다. 모두 머리를 움직여야 한다.

상급 단체의 요구가 불합리하고 그들의 사상이 노동조합의 본래의 목적에 맞지 않으면 산업체별 지부교섭을 성사시켜 정상화의 길을 택해야 한다. 자동차 잘 만들어 미국에 수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협상 무효화에 동참하며, 파업까지 하라는 지시에 잘 따라주었는데 상급단체의 지나친 점이 조합원의 피부에 와 닿기 시작한 것이다. 상급단체의 정치적인 의도는 이제 관심이 없고, 근로자들, 우리들 임금협상에 초점을 맞추라는 뇌동(腦動)이다.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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