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풍이 되려면
좋은 소풍이 되려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3.2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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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랑말랑한 곶감을 좋아한다. 곶감을 먹으면 지나간 추억도 생각나고, 호랑이가 곶감을 겁내 도망간 이야기도 있어 옛날부터 곶감은 맛있는 먹거리의 대명사가 되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호랑이가 무서워한 곶감보다 더 무서운 것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내 돈이 아닌 남의 돈, 즉 빚이다. 물론 우리가 살다보면 다양한 빚을 지게 된다. 부모님이 성인이 되도록 키워 준 것, 선생님이 올바른 길을 가도록 지도해 준 것, 친구가 나누어 준 과자, 따뜻한 바람과 시원한 공기 등등 그 고마움에 답례를 해야 할 것은 많지만 제때에 하지 못하면 그것이 결국 빚으로 남게 된다.

그러나 이런 많은 빚 중에 가장 무섭고, 쉽게 갚지 못하는 것이 바로 돈을 빌려 갚지 못해 생기는 빚이다. 지금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이들이 이런 갚지 못한 빚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매년 3천여명이 돈 때문에 자살을 한다고 한다. 자살로 인해 그 가족들의 고통을 합하면 그 숫자는 훨씬 많아, 빚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흔한 일이 되고 있다. 거기다가 이미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까지 합친다면 그 숫자는 얼마나 될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우리 속담에 ‘된장을 꼭 찍어 먹어봐야 아냐’는 말이 있듯이 빚의 무서움은 굳이 직접 체험을 해 볼 필요는 없다. 냄새나 빛깔로 봐도 똥인지, 된장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날에는 예전에 글을 읽지 못한 문자문맹보다 금융문맹(financial illiteracy)이 더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금융문맹자들은 빚의 무서움에 대해 잘 알지를 못한다.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독촉전화를 받고서야 안다. 그리고 신용불량자는 사회생활을 남들처럼 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른다. 설령 알아도 이미 늦은 것이다. 금융문맹은 결국 신용불량자를 양성하게 되고 이 신용불량자들은 크나 큰 고통 속에 살게 되는 것이다.

빚 폭탄은 개인과 한 가정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와 더 나아가서는 한 국가를 부도나게 한다. 2006년 6월 일본의 ‘유바리 시’는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을 선언했다. 부채액이 꾸준히 증가를 했는데도 여러 곳에서 돈을 끌고 와서 돌려 막기로 버텼지만 그 빚은 점차 증가를 해서 결국 파산을 선언하게 되었다.

오랜 역사를 가진 ‘그리스’도 계속 증가하는 국가 빚으로 인해 국가부도 위기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역사가 그렇게 긴 그리스가 부도를 맞게 된 것은 ‘포퓰리즘 남발’이라고 한다. 수입 보다 지출이 많은 곳에는 반드시 빚이 있게 된다. 그 빚이 언젠가는 손을 내밀게 된다. 그 손에 돈을 올리지 못하면 빚쟁이는 악마가 된다. 악마를 이길 수 있다면 버틸 수 있지만 이기지 못하면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 없다. 빚은 그렇게 해야만 끝이 난다. 물론 그 수렁에서 벗어나는 이도 있기는 하지만 빚의 속성이 수렁이다.

이 빚의 이야기는 1921년 개벽지에 발표된 현진권의 ‘술 권하는 사회’에서 좌절과 부조리에 절망한 이들이 그 울분을 술로 달래는 사회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오늘날에는 술 대신 빚을 권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것을 확인 해 보려면 TV 켜 보라. 빚을 권하는 광고가 얼마나 많은지.

넘쳐나는 광고 속에서 제대로 서 있기가 힘이 드는 사회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야 한다. 빚을 지지 않고 자신의 분수에 맞게 사는 것, 그것만이 후일 좋은 소풍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봉대 울주군청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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