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원으로 전환하는 유니스트
과기원으로 전환하는 유니스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3.1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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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또 한 고비를 넘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고, 가시밭길 같은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니스트(UNIST)를 과기원으로 전환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유니스트의 탄생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잘 아는 지인이 필자에게 한 말이었다.

정말로 유니스트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유니스트의 첫 출발은 울산에도 국립대가 필요하다는 범시민적인 요청과 바람이었다.

90년대 초반 인구 70~80만명의 도시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국립대가 없는 도시가 우리 울산이었다. 종합대학도 울산대학뿐이었다.

도시 규모에 걸맞지 않은 교육여건으로 인해 울산시민들은 적지 않은 불편과 고통을 겪어야 했다. 뛰어난 인재들이 서울 등으로 유출되면서 울산 교육의 질은 전반적으로 하락추세를 보인 것도 울산에 국립대를 세워야 하는 명분 중 하나였다.

그러나 당시 전국적으로 대학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장기적인 전망도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실제 일부 대학들은 신입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학과 폐지는 물론 대학 존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 직면한 곳도 있을 정도였다. 대학 구조조정이 대세였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신규 대학 설립은 자제하고, 기존 대학을 통폐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립도 아니고 국립대학을 설립해야 한다는 울산시민들의 요구는 처음부터 넘지 못할 장벽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국립대 설립을 위한 울산시민들의 요구는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대학 설립을 위한 열기는 점점 더 가열되었다. 97년 광역시 승격과 더불어 2002년 대선 당시 후보들이 울산국립대 설립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실천의지는 더욱 뚜렷해졌다.

이에 발맞춰 울산국립대학설립범시민추진단은 100만 시민 서명운동과 시민대회를 개최하여 열기를 더욱 드높였다. 정당과 정파를 초월한 범시민적인 열망이 마침내 정부의 결단을 이끌어내면서 울산지역 국립대학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함으로써 꿈을 이루게 되었다.

2009년 유니스트는 최초의 국립 법인화대학으로 출범한 지 올해로 6년 만에 명실상부한 연구개발 중심의 과학기술원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는 당초 유니스트 설립의 핵심목표인 산업도시 울산의 취약부분인 연구 및 개발 분야의 뛰어난 인재를 배출하여 산업과 도시의 경쟁력을 높여나간다는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원으로 전환되는 유니스트에 지역사회와 시민들이 많은 기대를 갖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부에서 연구와 개발 중심의 대학원으로 새롭게 태어날 유니스트가 개교 이후 15년간 매년 100억원씩 지원하고 있는 울산시민들의 뜻을 되새겨 만족할만한 성과와 결실을 내야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에게 뛰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니스트는 울산의 풍부한 산업인프라에 걸맞게 연구 및 개발의 성과가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또한, 유니스트의 설립 목적 가운데 하나인 지역인재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민들의 바람도 충족시켜야 한다. 당장 대학원 중심으로 체제가 재편되면서 학부 인원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한 만큼, 이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나갈지도 깊이 있게 모색해야 한다.

유니스트 출발의 모태가 된 울산국립대학설립범시민추진단에서부터 최근 관련 법안의 국회통과에 이르기까지 지역 정치권이 모처럼 뜻과 의지를 하나로 모아 과기원 전환이라는 목표를 이루어냈다. 야당이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과기원으로 전환되는 유니스트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지역 여야정치권의 상생협력은 물론 시민들의 변함없는 전폭적인 관심과 참여 또한 절실하다.

며칠 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유니스트를 찾아 과기원 전환을 축하하면서 울산은 물론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든든한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니스트의 과기원 전환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거듭 축하하며, 유니스트가 울산을 상징하는 세계적인 연구개발 중심 대학으로 더욱 발전하길 기대한다.

박순환 전 울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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