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삶에서 찾은‘소박한 나눔’
소박한 삶에서 찾은‘소박한 나눔’
  • 윤왕근 기자
  • 승인 2015.02.1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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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감시원 수입 월10만원씩 모아 소외층 쌀 기부한 방어동 박용근씨
 

“내가 어려워봤으니 남 어려운게 보이는 겁니다.”

울산시 동구 방어동의 ‘숨은 천사’로 불리는 박용근(63·사진)씨의 말이다.

박씨는 동구청 산불감시원으로 일하면서 수입 중 매달 10만원을 모아 인연을 맺은 독거노인 가정에 매달 쌀 1포씩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방어동 주민센터에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만원권 농산물상품권 20매를 기탁하기도 했다.

박씨가 어려웃 이웃을 위해 봉사를 시작한 것은 3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건설업체를 운영하던 박씨는 봉사단체에 몸담고 열심히 봉사활동을 했다. 회사는 탄탄했고 세상 무서울 것이 없던 그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IMF 외환위기때 였다.

박씨는 “보증을 잘못 서준 것이 화근이 됐다. 젊은날 다 바쳐가며 이뤄놨던 것이 하루 아침에 공중에서 사라지는 기분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박씨는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박씨를 걱정하는 주변사람들은 “일단 네 형편부터 돌보라”고 조언했지만 박씨는 굴하지 않았다.

그는 2007년 12월 의용소방대 부대장을 이임하고 나오면서 동사무소 사회복지 담당자에게 “이 동네에서 가장 어려운 두 가정을 소개해달라”고 말했다. 그래서 소개받은 것이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져 일정한 수입이 없었던 가정과 독거노인 가정이다.

박씨는 “그들에게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냐’고 물어봤더니 ‘먹을게 부족하다’는 말을 하더라”며 “그날부터 매달 쌀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외에도 연말에는 소년소녀가장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장애를 가진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생필품을 지원하고 말벗이 돼주고 있다.

박씨는 “어렸을 적 장애를 가진 동생이 고생을 하다가 하늘로 갔다”며 “장애인들을 보면 동생을 보는 것 같아 그냥 지나칠수가 없다”고 말했다.

남을 돕겠다는 의욕으로 충만한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의외로 ‘나의 건강’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내가 건강하게 계속 일해야 그들에게 쌀 한톨, 김치 한포기라도 지원할 것이 아니냐”며 “산불감시원 정년이 67세까지인데 70세까지 꼭 일하고 싶어. 그 얘기를 꼭 써줘요”하며 웃었다.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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