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에 담긴 뜻 되새겨야
평화의 소녀상에 담긴 뜻 되새겨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2.1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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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8일 울산석유화학 단지 폭발 질식 얼마 전 종군위안부 피해자 황선순(89)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잇단 별세 소식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고령인 할머니들께서 얼마나 더 사실 수 있을지 생각하면 종군위안부 피해자의 사과와 배상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계신 동안 할머니들이 인정하시는 쪽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일본에게 사과와 배상을 묻기 어려워질 것이다. 일본정부가 막가파식으로 시간을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시면 사과와 배상은커녕 왜곡이 더 심해질 것이다.

특히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하지만 우리에게 광복은 기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외세에 의해 나라가 분단되었고, 반공세력으로 변신한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를 좌익으로 몰아 고문하는 세상이 되었고, 식민지배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배상금은 국가발전이라는 명분아래 국가권력이 가로채 갔으며, 이에 항의하는 피해자들은 재대로 배상을 받지도 못하고 국가권력으로부터 억압당해야 했다.

민주화가 된 지금도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지 못한 채 광복 7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세계적으로 위안부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사회에서는 더 깊이 있게 성찰하고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팍팍한 삶의 와중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의미 있는 일이다.

울산에서도 시민들이 나서 ‘울산 평화의 소녀상 시민운동본부’를 만들어 종군위안부 문제와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해 활동에 나서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시민운동본부에서 평화의 소녀상 위치 문제로 김기현 울산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는데 두 번이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울산시에서는 일본과의 외교마찰이 우려되고 중앙정부의 공식 입장이 정해지지 않아서라고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평화의 소녀상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고 있는데 면담조차 거부하는 것은 역사인식 부족의 문제를 넘어 지방자치의 기본도 지키지 않는 처사라 생각된다.

서울 종로 일본대사관 앞 외에도 고양, 거제, 성남, 수원, 화성 등 전국의 많은 곳에 소녀상이 세워져 있고 현재 많은 지역에서 소녀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울산시에서만 이런저런 핑계로 시민들과의 대화마저 거부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황선순 할머니의 발인 날 성남시청 앞의 소녀상에 헌화까지 한 것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김기현 시장이 종군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태도나 역사인식 문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사안이니 만큼 김 시장은 평화의 소녀상 시민운동본부 측과 최소한의 만남이라도 가져야 할 것이다.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우리 사회가 일제강점기 일본의 만행을 기억하고 그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는 일이다.

이 문제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또 그냥 넘어간다면 우리 사회에는 어떤 가치와 미래가 있을 수 있겠는가? 울산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우리 공동체의 힘으로 잘못 쓰인 역사의 페이지를 잘 고쳐서 바르게 마감하는 의미 있는 일이 되길 바란다. 여기에 울산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의 관심과 동참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권필상 울산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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